인종증오 범죄 축소·은폐 급급한 호주

입력 2012. 11. 26. 09:22 수정 2012. 11. 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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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관광산업에 악영향..극복 노력은 '미미'

유학·관광산업에 악영향…극복 노력은 '미미'

(시드니=연합뉴스) 정 열 특파원 = 최근 호주에서 아시아인과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증오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호주 정부와 경찰은 이를 발본(拔本)하기는커녕 애써 의미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호주 당국은 이 같은 인종증오 범죄가 국제적으로 알려질 경우 자칫 자국의 3대 산업 중 두 축인 유학, 관광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 없이 쉬쉬하는 대처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호주 언론과 아시아계 유학생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호주는 3년 전 멜버른에서 발생한 인도 유학생 연쇄테러 사건으로 인도 유학생이 70%나 급감하는 홍역을 치렀지만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인도 정부와 언론은 가해자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일삼는 호주 경찰의 태도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인도 주재 호주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적 마찰까지 빚었으나 호주 당국은 "인종증오 범죄가 아닌 단순 강도폭행 사건"이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올해 4월 시드니에서 발생한 중국인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드니공과대학(UTS)에 재학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 2명이 백인 10대 6명에게 "아시아의 개들" 등의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담뱃불로 얼굴을 지지는 등 무차별 폭행을 당했는데도 호주 당국의 견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폭행 사건 중 하나"였다.

당시 서방세계의 대표적 중국통으로 알려진 케빈 러드 전 총리까지 나서 사건의 파문을 진화하려 했지만 친중파(親中派)라는 러드의 시각도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10대 범죄 사건"이란 것이었다.

최근 멜버른에서 발생한 한국인 유학생 집단폭행 사건 역시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

장모(33) 씨 등 한국인 유학생 2명은 지난 9월 말 멜버른의 박스힐 공원에서 백인 10대 10여명에게 "망할 놈의 중국인(Fucking Chinese)" 등의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흉기로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장 씨 등은 빅토리아주 경찰에 이를 인종차별적 사건으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인종차별적 범죄라기보다는) 흔히 일어나는 10대 범죄사건의 하나"라며 용의자 기소시 인종차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경찰의 축소수사 의혹까지 제기돼 한국 외교공관의 추궁을 받은 경찰이 부적절한 대처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재조사를 약속하기까지 했지만 인종차별 범죄가 아니라는 경찰의 시각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1995년 특정 인종이나 출신 국가를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이나 비방 등을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증오금지법(Racial Hatred Act)'을 제정했지만 기소권을 가진 경찰이 실제로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빅토리아주에서는 2010년 처음으로 인도인에 대해 인종차별적 욕설과 폭행을 가한 남성 3명을 이 법으로 기소했으나 1년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소가 취하되는 등 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드니대 한인유학생회 전 부회장인 김형태(22.가명) 씨는 "아시아권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호주 경찰에 인종차별적 범죄를 당했다는 신고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며 "결국 당한 사람만 억울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호주에 근무하는 3년 동안 인종차별적 모욕을 여러 차례 당했다는 한 한국 대기업 주재원은 "과거 백호주의로 악명높았던 호주에게 인종차별은 일종의 치부이자 아킬레스건"이라며 "치부를 건드리니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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