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역설..육군전력 빼내 서해5도 요새화

2012. 3. 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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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방전략' 어떻게 바뀌었나

국군 목표 '위기 관리'에서 '국지전 승리'로

'도발 당한만큼 응징→충분한 보복' 변화

전면전으로 비화 가능성 어느때보다 커져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해군 2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두 동강 났다. 46명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와 한반도 정세는 큰 소용돌이에 빠졌다. 원인규명 과정에서 남남 갈등이 심화됐고, 남북관계에는 신 냉전기가 도래했다. 이 사건은 한국군 국방전략의 틀도 완전히 뒤바꿨는데, 그 새로운 틀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전쟁 억지에서 전쟁 승리로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천안함 사태 뒤 군사적인 면에서의 가장 큰 변화로 '비례성의 원칙' 대신 '충분성의 원칙'이 채택된 점"이라고 말했다. 적이 도발한 만큼 응징하는 것에서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보복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은 뒤 군 내부에는 '또다시 당할 수 없다. 한번 해보기만 해봐라'는 정서가 팽배하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적이 도발할 경우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 응징하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국군의 목표가 위기관리에서 국지전 승리로 바뀐 셈인데, 군사전문지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은 이를 '트루먼 방식'과 '맥아더 방식'으로 설명한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사령관은 중국 본토 폭격을 주장하며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트루먼 대통령은 전선을 교착시키더라도 더 큰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군의 군사전략이 트루먼식에서 맥아더식으로 넘어갔는데, 그 결과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무기체계 불균형도 심화해천안함·연평도 사태 뒤 '서북 5도 요새화' 작업이 추진됐다.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구룡, 대포병 레이더와 음향표적탐지 장비 등 첨단 무기들이 대거 배치됐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창설되고 해병대 병력도 증강됐다. 그런데 당시 충원된 상당수 장비는 기존 육군이 운용중이던 것들이어서, 이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쌓는' 보여주기식 전력 증강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국지전에 대비한 최첨단 무기 보충 등이 우선시되면서 기존 재래식 전력 운용에 필요한 무기 공급이 늦어지거나 취소됐다.

우선시된 전력 보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천안함·연평도 사태 뒤 청와대 특명사업으로 추진된 번개사업이 대표적이다. 번개사업은 기존 운용중인 다련장포 등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지상기반항법체계(GBNS) 등을 장착하여 북의 장사정포를 정밀 타격하는 구상으로, 청와대가 직접 소요를 제기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이 진행중인데, 교란이 쉬운 상업용 위성항법장치 사용 등으로 부실 논란이 일어 감사원도 문제점을 지적했을 정도다. 청와대가 소요를 제기한 이 사업을 두고 군 내부에서도 "그렇게 쉽게 장사정포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면 왜 안하고 있었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표류하는 '합동성 강화'정부는 천안함 사건 한 달 여 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위원장 이상우)를 발족시켰다. 여기서 15개 개선과제를 내놨고, 7월에는 국방부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전환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가 이를 넘겨받아 검토해 70여개 과제로 세분화해 그해 12월6일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 핵심은 적극적 억제 전략 제고와 합동성 강화였다. '도발이 확실시될 경우 미리 조치하는' 적극적 억제 전략의 흐름에서 북 핵기지 폭격을 위한 스텔스기 필요성이 강조됐고, 그 결과 차기전투기(F-X)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또 합동성 강화를 내세워 합동군 사령관 산하에 육·해·공군총장을 배치하는 군 지휘구조 개편안이 제시돼 합참의장을 합동군 사령관으로 삼는 방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공군과 예비역 등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응징" 목소리는 커졌지만, 정작 응징을 뒷받침할 전력 효율화나 군 시스템 정비는 갈 길이 아직 먼 셈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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