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남북경협계획 "한반도를 넘는다"

2005. 11. 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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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한 경제의 재건 지원을 지렛대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한 축을 담당할 '포괄적 경협계획'이 새로운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큰 방향은 남북경협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대륙과 대양을 포함하는 경제협력'으로 그 규모와 시야를 넓히는 쪽이다.

8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포괄적 경협계획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안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그리고 상당히 깊이있게 검토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베이징 9·19 공동성명 직후 "에너지, 물류운송, 통신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대북 협력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까지 포함하는 윈-윈(상생)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 모델에서는) 물류, 에너지, 통신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포괄적 경협계획의 명칭으로) '한반도 경제구상'이나 '한반도 경제 태스크포스(TF)'등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외연 확장을 검토하게 된 것은 농업·수산업·광업 등 지난해 6월 수립한 포괄적 경협계획의 상당수 사업이 이미 진행중이고, 9·19 공동성명 이후 국제적인 다자 협력틀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방경제 구상', '동북아 경제공동체',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등의 다양한 이름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방'이란 말은 노태우 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을 연상시키고, '동북아 경제공동체'나 '평화경제'등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경협계획의 내용은 크게 8∼10개 안팎으로 나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하고 있던 농업 등 남북경협 사업에, 3대 인프라 사업과 다른 새로운 사업이 약간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이봉조 통일부 차관을 중심으로 14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 회의를 3차례 열었으며, 여기서 마련된 초안을 바탕으로 지난 1일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 때 비공개 토론을 벌였다.

포괄적 경협계획을 실행할 비용과 관련해, 통일부는 해외 사례와 국내 재정상황 등을 감안하면 매년 정부 예산의 1%인 2조∼3조원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통일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대한 유엔의 해외원조 권고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0.7%'(한국의 경우 올해 기준으로 5조원),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에 대한 통합관리비용 권고기준인 'GDP의 1%', 72∼89년까지 서독의 동독 지원액인 4조원 등을 사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괄적 경협계획이 세부적으로 다듬어지고 또 실제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자 회담이 잘 풀려도 북쪽이 수용하려면 내부 토론 등이 필요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북 경제자립 돕는 게 통일비용 줄이는 길"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독일식 흡수통일이 이뤄지면,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일비용'이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통일비용'이란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 남쪽 사람들이 져야하는 물질적 부담으로 일반인들 사이에선 인식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통일비용을 '통합 이후 피통합 쪽 경제수준을 통합 쪽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독 정부는 이를 더 구체적으로, '통일 직전인 1990년 7월 동독 정부와 맺은 경제·통화·사회동맹 조약 발효 뒤 10년 안에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 경제력 및 소득수준의 일정비율(서독연방 산하 주 가운데 중하위권 수준)에 도달되기 위해 필요한 제경비'로 정리했다.

독일은 90년 통일 이후 15년동안 연평균 107조원씩 총 1600조원을 통일비용으로 투입했다. 이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금액이다. 통일 당시 서독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비록 최근 몇년간 정체상태이긴 하지만, 2004년 현재 67.2%(서독 2만7481유로, 동독 1만7077유로)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이 현재 치르고 있는 통일비용은 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기획예산처 자료를 보면, 올해보다 84.4% 증가한 내년 통일분야 예산도 1조5623억원으로 내년 국내총생산(790조원)의 0.2% 수준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통일비용으로 3300억 달러에서부터 8410억 달러까지 주장한 바 있다. 통일비용은 통일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최악은 전쟁이 벌어졌을 경우이고, 독일식 흡수통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점진적 통일의 경우, 통일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와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2003년 연세대 통일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콜롬비아대 한국법연구센터와 독일 뮌헨대학 응용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정리한 '한반도 통일 핸드북'에서 이영선 연세대 교수는 점진적 통일을 전제로 "북한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GDP)을 남한의 60%까지 끌어올리고, 남북한 전체 통일비용 중 70%는 기업들이 직접투자를 통해 해결한다고 볼 때, 우리정부는 매년 남한 국민총생산의 4% 정도를 10년간 통일비용으로 쓰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일비용으로 역산하면 약 240조원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98년 '통일비용'과 관련해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남한 수준으로 증대시키기 위한 최적투자 총액은 2808억달러(1990년 기준 북한 국내총생산의 12배)"라고 밝힌 바 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보좌관은 "통일비용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통일비용을 산출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다만 독일식 흡수통일이 경제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 일치된 견해"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또 "남한이 북한을 어느 정도 지원해 북한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체 구성원들의 일치된 공통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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