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B "기업이 돈 벌면 배 아프냐"
2005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복합물류시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기업(파이시티)이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 기업이 돈 벌면 배 아프냐"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시장은 서울시 실무진이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물류시설로 변경하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자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일 "파이시티 인허가에 관여한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정밀 조사한 결과 이 시장의 정책회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나왔다"면서 "이 조사 결과는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식 발언이나 입장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시장은 2005년 하반기 파이시티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가 서울시의 현안으로 부상하자 두차례 정책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시장은 도시계획국 및 교통국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 간부들이 참석한 1차 회의에서 고위간부 ㄱ씨가 "파이시티 사업을 허가해주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하자 "기업이 돈 벌려고 사업하는 것 아니냐. 기업이 돈 벌면 배 아프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실무진이 "파이시티의 사업계획안대로 하면 대규모 점포가 허용되고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고 건의하자 "양재화물터미널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도시물류기본계획에 따라 처리하라"면서 짜증을 냈다고 한다.
문제가 된 파이시티의 사업계획안은 화물터미널 면적(3만9800㎡)의 4배가 넘는 대규모 점포가 포함돼 있어 특혜 시비가 불가피했다. 이 시장 발언은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도시물류기본계획의 취지에 맞게 파이시티 사업을 허용하라는 취지로 실무진은 받아들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회의 석상에서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이 시장의 말 한마디가 너무 강렬해 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몇년 전 일이라 대부분 공무원들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 시장의 발언이 워낙 강한 어조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이날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3일 중 박 전 차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전 차관은 이날 "언론에 사실과 다르게 보도된 부분이 많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59)에게 중국에서 귀국해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한대광·정제혁·구교형 기자 cho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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