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굴욕' 끝에 칼을 뽑다

입력 2011. 11. 18. 03:17 수정 2011. 11. 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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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마라톤 의총 거쳐 "한미 FTA 표결 처리" 결론
방법은 지도부 일임.. "본회의 24일 이전이라도 가능"

[동아일보]

169석의 의석을 가진 '공룡 정당'이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고민만 거듭하던 '햄릿 한나라당'이 국회법에 따른 표결 처리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새로운 제안까지 내놓으며 국회 처리를 설득했다가 야당으로부터 냉담하게 거부당한 지 이틀 만이다.

17일 한나라당은 전날 연기했던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열어 7시간 5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하되, 시기와 방법은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 야당과의 합의 처리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온 협상파인 황우여 원내대표마저도 이날 의총에서 "이제는 처리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단독 처리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야권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한나라당의 표결 처리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를 시도하면 강력 저지에 나설 태세다.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홍준표 대표는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란 고사가 있다. 결단을 내릴 때 주저하면 대혼란이 초래된다는 뜻"이라며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폭력 저지 위협도 이제 돌파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의총이 시작되자 강경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국회를 짓밟은 민주당과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민주당에 굴복하면 원내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황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차명진 의원은 "FTA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개국과 쇄국의 문제"라며 비준안 처리를 강조했다.

일부 온건·협상파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신중론을 폈지만 이는 처리 시기에 대한 이견이었을 뿐 표결 처리의 불가피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협상파인 홍정욱 의원은 의총장 밖으로 잠시 나와 기자들에게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이틀밖에 안 됐으니 시한을 두는 게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 등이 "민주당에 1, 2주 시한을 더 주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 정도 시한을 늦추면 17∼22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의 귀국 직후 단독 처리하는 모습도 피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단독 처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의원도 적지 않았다. 권영진 의원은 "몸싸움을 하라면 안 한다"며 "그것이 공천 조건이라면 (공천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전혁 의원은 "누가 몸싸움을 원하겠느냐"며 "하지만 정당한 표결을 방해한다면 나는 몸싸움도 불사하겠다. 그 모습이 TV에 방영돼 유권자들이 실망해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 협상파 의원은 "당론으로 결정되면 표결 처리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의총에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 169명 중 85.8%인 145명이 참석해 66명이 발언했다. 의원들은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김밥을 먹으며 '끝장 토론'을 벌였다. 평소 위기 상황에서도 '웰빙 체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한나라당이 '김밥 의총'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박근혜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5일 한나라당은 4선의 중진이지만 강경파인 이윤성 안상수 의원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다시 투입했다. 2주 전에 '전투력 보강'을 위해 이들 대신 초선의 김세연 유일호 의원을 배치했지만 두 의원이 오히려 협상파 쪽에 기울자 다시 '노장'들로 교체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전투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표결 처리에 적극적인 중진 의원들을 배치해 외통위 처리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당 지도부의 사전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 한나라당이 '뿔난' 이유

한나라당의 기류가 강경으로 급선회한 것은 지금까지 양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양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외통위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여야정 및 전문가가 참여한 '끝장 토론'을 5일 동안 열었다. 또 정부는 민주당이 요구한 통상절차법의 제정도 수용했다. 한미 양국의 통상장관은 지난달 30일 한미 FTA 협정 발효 후 중소기업 분야와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나타날 각종 문제를 실무적으로 협의할 기구를 설치하는 데도 합의했다. 정부와 여당은 농어업과 축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피해 대책도 민주당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 마련했다.

뒤늦게 야권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에 '올인'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협정 발효 뒤 자신이 책임지고 ISD 재협상을 관철하겠다며 다시 양보안을 냈다. 하지만 양보를 하면 할수록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한나라당 내 협상파의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지난달 31일에는 A4용지 7장 분량의 합의문에 서명까지 했지만 하루도 못 가 '휴지조각'이 됐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협상 시한도 계속 늦춰졌다. 민주당은 한때 "미 의회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미 의회가 지난달 12일 한미 FTA를 비준하자 10·26 재·보궐선거 이후에 매듭짓자며 협상 시한을 미뤘다고 한다. 이제는 민주당 내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이후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주장부터 아예 19대 총선 이후에 하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 본회의 직행 여부 관심

이제 한나라당 지도부는 비준동의안 처리 시기와 방식, 절차를 고민해야 한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외통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외통위 회의실을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과 보좌진이 점거·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2단계 처리는 두 차례의 물리적 충돌을 빚을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릴 경우 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다. 박 의장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에 "먼저 외통위에서라도 처리하라"고 주문해왔다. 본회의는 24일로 예정돼 있지만 한나라당은 "언제라도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밝혀 처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크다.

반면 당 일각에선 비준동의안을 다음 달로 넘겨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묶어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산안은 헌법상 12월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비준안부터 단독 처리할 경우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수 있고 직권상정도 잇달아 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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