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놓고.. 박근혜-비대위 엇박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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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열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국민 속으로 더욱 들 어가자"고 말했다. 새누리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오후 새 정강정책과 당명, 로고를 확정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선거에서 이기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작심한 듯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우리의 잘못으로, 나태와 안일로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그런 일이 있다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될 것"이라며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새누리당에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열린 비상대책위에서도 "한미 FTA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됐고 당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이 설득해 왔다"며 "(야당이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에 맞불을 놓으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돈봉투 사건 등 잇단 악재로 새누리당의 쇄신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전열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한미 FTA를 고리로 지지세력 결집에 나서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노무현 정부 때 책임 있는 자리에서 한미 FTA를 주장한 한명숙 전 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은 표를 얻겠다고 미국대사관서 반대시위…. 이들의 표정에서 배신의 그림자를 본다"며 "예수님을 배반한 가룟 유다도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겠느냐"고 가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대위원 과반이 한미 FTA의 선거 쟁점화와 'FTA 전도사'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태도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동아일보가 당 비대위원 11명에게 질문한 결과 김 전 본부장 영입을 적극 지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6명이 신중론 또는 부정론을 펼쳤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양국 간에 체결된 협약이 선거에서 쟁점화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반대했다. 김 전 본부장을 내세워 굳이 정면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야당의 무책임한 주장은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당내에서도 몇 개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선거를 앞두고 '한미 FTA만이 나라가 살길'이라고 이슈로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당내 비대위원인 김세연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이 전략공천 된다면 한미 FTA 이슈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라며 "재벌 개혁 등 추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본부장이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천을 신청한 뒤 공천위 심사를 거쳐 공천이 되는 것엔 찬성했다.
이런 비대위원들의 태도에 대해 반발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마음'은 FTA에 찬성하면서 '몸'은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고픈 '유체이탈 현상'이 아니냐. 한미 FTA는 당의 정체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고 이를 찬성하는 여론이 과반인데 그 표마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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