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앞둔 '선심 입법' 형평성 논란

조현철·임지선 기자 2011. 8. 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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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피해,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 추진

저축은행 투자 피해자의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9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피해대책소위 위원들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12일 국정조사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피해자 구제방안은 정부의 반발에 부딪혀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촉박함은 이날 하루 종일 구체 대책을 놓고 냉온탕을 오간 혼선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소위 위원장인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이틀째 열린 회의 초반부터 "가급적 오늘은 결론을 내자"고 정부 참석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침묵으로 답했다. 당초 소위는 '선보상-후환수' 원칙을 일찌감치 세워놓았다. 쟁점은 보상 범위와 재원 마련 방안에 맞춰졌다.

더 많은 피해자 구제, 더 높은 보상액이 목적이었던 만큼 소위는 정부를 상대로 동원 가능한 수단을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저축은행 부실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의 재정 투입을 요구했다. 저축은행이 낸 법인세와 투자자의 이자소득세를 환급받은 재원으로 보상액 펀드를 만들고 구제 대상 역시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 초과 투자자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당장의 '정치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집중된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부산지역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의 촉매제가 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피해자 구제에 공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역시 '부산 교두보' 확보를 위해서는 이 지역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결국 여야는 이날 오찬을 하던 중 특혜성 대책을 마련하는 데 의기투합했다. 보호할 투자액의 최고 한도를 2억원으로 하고 2억~3억원은 90%, 3억원 초과 예금은 80%를 보상해주는 특별법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현행법 5000만원보다 4배가 많은 액수다.

정부가 재정을 보상 재원으로 쓰는 것에 반대하는 것을 감안해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비켜 갔다.

오찬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위는 뜻하지 않은 역풍을 맞았다. 2억원이라는 전액 보상 한도는 지나치게 높고,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과거 피해자 구제 사례와 형평성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총선 등을 고려한 선심성 입법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으면서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한 소위 의원은 "외부에서 문제가 많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오후 회의에서는 대폭 후퇴한 수준으로 보호 대상과 범위의 폭을 좁혔다. 2억원 전액 보상을 6000만원으로 낮췄다. 6000만원 초과 부분은 90% 미만 수준으로 차등 보상키로 잠정 합의했다. 대신 후순위채권 투자자에게도 1000만원까지 보상하는 방안을 끼워넣었다.

그러나 특위가 추진하는 방식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혜가 지나치다.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뿐 아니라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권 투자자까지 포함시켜 과잉 입법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번 전례를 들어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권이 더 이상 책임경영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저축은행에 11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모두 5000만원까지만 보상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구제 보상액을 예보기금에서 충당하겠다는 발상도 위험하다. 예보기금은 사실상 개인 예금주들이 무조건 내야 하는 돈으로 세금 성격이 짙다. 일반 금융 투자자들이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의 부담을 대신 지는 것이어서 향후 다른 투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

특위는 부실저축은행 매각 등 환수재산으로 예보기금에서 빠져나간 보상액을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산법에 따르면 환수재산은 5000만원 미만 투자자에게 지급된 예보기금을 재충당하는 데 먼저 사용된다. 이 작업에 상당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5000만원 초과 보상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자금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저축은행 투자자까지 초법적인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면 포퓰리즘으로 해석될 소지가 커지는 것이다.

<조현철·임지선 기자 cho197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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