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그후] "빚내 산 아파트 값 떨어지고.. 물가 크게 올라 마이너스 생활"

신정록 정치전문기자 jrshin@chosun.com 2011. 4. 2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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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분당쇼크' 뒤엔 이념 아닌 '민생 쇼크'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달에 300만~500만원의 월급을 받는 30·40대 화이트칼라.'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정확하게 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아파트값 하락과 물가고에 분노하고 양극화에 절망해 민주당 손학규 당선자에게 투표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말했다.

①30대 84%가 손학규 지지

한국갤럽이 투표일 6일 전인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대 차이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의 81.4%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지지한 반면 30대의 83.9%가 손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와 40대의 각 58.8%도 손 후보 지지였다. 50대는 53.4% 대 45%로 강 후보가 앞섰다. 20~40대와 60대 이상이 대치하는 가운데 50대가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한나라당 강 후보측 관계자는 "전철역에서 만난 젊은 샐러리맨들은 악수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②월수 300만~500만원 중간 고소득자의 이반

A여론조사기관이 24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0만~400만원과 400만~500만원 소득자는 각각 66.9%와 56.4%가 손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강 후보는 200만원 이하에서 많이 앞섰고 500만원 이상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정자 1동의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서울 역삼동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월급 350만원 받는데 물가가 올라서 빚지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모님 신세 지고 대출받아서 2006년에 아파트 한 채 마련했는데 집값도 오히려 떨어졌고…"라고 했다. 그는 27일 저녁 6~8시 사이에 투표장으로 향한 1만5000명 중 한 명이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줄곧 한나라당을 찍었으나 이번에 손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③샐러리맨·자영업자도 한나라 등져

갤럽 조사에 따르면 화이트칼라의 66.7%, 자영업자의 57.1%가 손 후보를 지지했다. 역시 경제적 이유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후보는 무직자층에서 68.5%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 3동에 살면서 인근 수내역 근처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는 박모(47)씨는 "가게를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조차 최근 2~3년 새에 적자 생활로 몰리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구태의연한 공천 싸움이나 하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정자 3동에 사는 박모(여·57)씨는 "남편이 부동산중개소를 하는데 '급'자 들어간 매물 20여개를 붙여놨지만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가 몇 개월째"라면서 "재벌만 좋은 세상 만들고 있지 않으냐"고 했다.

④지역주의 완화 조짐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출신의 42.7%, 대구·경북 출신의 31%가 손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출신의 29.8%도 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호주머니 사정이 새로운 선택을 하게 한 것"이라면서 "쏠림이 아니라 유연성을 갖고 투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⑤한나라 지지자 일부 이탈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의 15.7%가 손 후보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1.9%만이 강 후보를 지지했다. 민주당은 결집한 반면 한나라당은 이탈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역에선 한나라당의 공천 잘못을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⑥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

리서치앤리서치 노규형 대표는 "아무나 나선다고 표를 주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공천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한나라당이 서울 중구청장과 김해을에서 이긴 것은 젊고 역동적이고 행정능력을 갖춘 사람을 내면 이긴다는 메시지"라면서 "다시 나눠 먹기 식으로 가면 분당을 넘어 송파·강동·서초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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