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마지못한 '일보후퇴'..박근혜 '직격탄'에 더 휘청

입력 2009. 1. 5. 20:01 수정 2009. 1. 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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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전대표 "한나라당 법안 국민에 실망과 고통 안겨"

홍준표 "바위 만나면 돌아가는 법" 숨고르기 밝혀

이상득 "열흘 유예…완벽한 준비뒤 시작" 전열정비

'입법전쟁'의 깃발을 치켜들고 속도전을 감행하던 한나라당이 5일 야당의 끈질긴 농성전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대타협 요구에 밀려 사실상 휴전을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좌장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여권 내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물이 흐르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는 법"이라며 "이왕 연말이 지났으니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85개 엠비입법' 관철 의지를 대변하며 '대야 강경론'을 주도해온 이상득 의원도 이날 냉각기를 가질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류는 언론관계법 등 쟁점 법안 관철이라는 전략적 목표의 수정이라기보다 여권의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전술적 후퇴로 분석된다. 실제,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는 김형오 의장이 고심 끝에 결단한다고 해 (야당과) 대화를 하다가 안 되면 직권상정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금산분리법안만 좀 조정하는 가합의안을 바탕으로 논의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김 의장이 민주당 요구를 100% 들어주면서 민주당이 '이겼다'고 생각하게 됐으니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과 공성진 최고위원 등 친이명박계 중진들이 여전히 85개 쟁점 법안 일괄처리 의지를 고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상득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완벽하게 (전투)준비를 끝내고, 저쪽도 점거를 풀고, 조처를 취하고 나서 시작하자"고 말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이날 "85개 정도는 통과가 돼야 한다"며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저항은 광우병 때와 비슷한 비합리적 주장이 많다"고 밝힌 데서도 청와대의 쟁점 법안 관철 의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이명박계 강경파들의 '전열 정비 뒤 엠비 법안 일괄입법 재추진'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대응과 국민여론 등의 변수에다, 이날 '박근혜 변수'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회의에서 "야당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의 농성전을 비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주된 과녁은 한나라당 강경파였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가 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내놓은 법안(처리과정)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정책을 펴나가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며 "지도부에서 그동안 많이 참으셨다지만 다수당으로서 국민 앞에 큰 그림, 큰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는 다수의 힘만으로 국민적 합의나 타협 노력 없이 밀어붙이는 행태를 정면으로 지적하는 의미가 담겼다. 따라서 여권 지도부가 냉각기 이후 일방주의 행태를 다시 보일 경우, 박 전 대표의 문제제기로 여권 내부논쟁이 붙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친박근혜계 허태열 최고위원도 기자들에게 "방송법·은행법 등 쟁점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며칠 안 됐고, 법안의 진정성을 국민께 알리는 데도 미흡했다"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여야간 대화를 통해 큰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며 동조의 뜻을 비쳤다.

신승근 최혜정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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