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김형오 국회의장 대국민 성명

입력 2008. 12. 29. 10:35 수정 2008. 12. 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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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형오 국회의장 성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국회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여야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위험한 상황입니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점거와 폭력이 지배하는 싸움터로 전락했습니다.

헌정 60년 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상생과 소통, 정책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국회의장으로서 한없는 자괴감을 느낍니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민여러분께 실망을 안겨준데 대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송구스러움과 함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국민들은 도대체 왜 싸우는지 이유도 알지 못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치열하게 싸웠던 의원들조차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민주국회에서 토론과 논쟁으로 싸우는 것은 얼마든지 좋습니다. 다만 규칙(룰)만은 지켜야 합니다.

대화와 토론을 부정하는 불법 점거와 농성,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반의회적, 반민주적 구태와 관행은 여·야를 불문하고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저는 어떤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회의 존엄과 권위를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여러분은 국민의 대표입니다. 한 치 양보 없는 죽고살기식의 싸움이 헌정사에 어떻게 기록되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보기바랍니다.

여러분을 뽑아준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세계경제가 어려운 이때 우리 국회 같은 모습을 보이는 데가 어디에 있습니까? 분노와 증오를 거두고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주십시오.

최근 직권상정에 대한 정치권의 일방적, 당리당략적 해석은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직권상정은 의사일정이 정상화되지 않았을 때 취하는 예외적인 조처입니다. 직권상정이 없도록 여야가 노력하지도 협력하지도 않고 의장에게 무조건 하라, 하지 말라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제가 두려워할 대상은 여도 야도 아닌 오로지 국민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첫째, 여야3당이 민생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으므로 우선 31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습니다. 굳이 이견이 없다면서 또 해를 넘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둘째, 오늘(29일) 밤12시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 내 모든 점거 농성을 조건 없이 풀고, 모든 시설물을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질서회복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내일 이후 국회의 모든 회의장과 사무실이 누구에 의해서도 점거·파괴당하지 않도록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셋째, 여야 지도부에게 다시 한 번 대화를 촉구합니다. 정치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도 시간은 있습니다. 임시회 내에 여·야간 협의를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만약 대화와 합의 없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여러분의 명령이라고 판단된다면 어떤 일을 하는 것도, 또 하지 않는 것도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권상정의 문제를 포함하여 저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으며 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지겠습니다.

여야 지도부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하면서 국민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8. 12. 29

국회의장 김 형 오

<끝>

정리=우은식기자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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