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최저..'민주주의 위기' 지적(종합)

2008. 4. 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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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정책실종.악천후 겹쳐 절반 이상 투표 안해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제18대 총선 투표율이 헌정사상 전국단위 선거에서 최저 투표율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세웠다.

중앙선관위가 9일 투표를 마감한 결과, 유권자 3천779만6천35명 중 1천739만3천516명이 투표에 참여, 투표율이 46.0%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직전인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60.6%)보다 14.6%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며, 역대 총선 중 최저투표율을 기록한 16대 총선 당시의 57.2%보다도 11.2%포인트 하락한 것.

특히 1948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래 지금까지 60년간 전국 규모로 진행된 임기만료 선거에서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당시 48.9% 보다도 2.9%포인트 낮다. 선관위가 당초 예상한 50% 초반 투표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투표율 자체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 혐오증과 정치인 불신이 깊어진 것을 투표율 저하의 최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김원균 본부장은 "누굴 뽑아도 거기서 거기더라는 식의 불신감이 늘어난 게 근본 원인"이라며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투표에 꼭 참여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총선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만한 대형정책이나 정치적 쟁점이 없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각당의 공천과정에서 내부계파 싸움만 두드러졌고 공천작업까지 늦어지면서 정책이 부각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권자들이 누구를, 무엇 때문에 심판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보스정치'는 사라졌지만 이를 대신할 정책이 부각되지 못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일체감이 지극히 약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남부지방에 강풍과 폭우가 겹치면서 섬지역에서 투표를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악천후도 최저투표율을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연말 대선 이후 4개월도 안돼 치러지는 선거여서 선거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87년12월 대선 후 치러진 88년4월 총선 투표율이 75.8%였다는 점에 비춰 선거 간격이 좁았다는 이유만으로 투표율 저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간 선거전략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이윈컴 김능구 대표는 "대운하가 반짝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민주당은 대선 이후 국민적 관심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며 "반면 한나라당은 이슈와 쟁점을 없애는 선거전략을 택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쟁점이 없어지면서 정당 지지성향이 강한 유권자만 투표장으로 향했고, 상대적으로 고정지지층이 단단한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투표율 50% 선마저 위협받으면서 투표율 저하를 막기 위한 근본대책을 검토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능구 대표는 "투표율이 50%도 안된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라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국민들이 투표를 포기한다는 말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최소한 총선 3개월 전에 공천을 마치고 모든 후보들이 매니페스토 선거운동을 벌이도록 법제화해야 정책선거가 가능하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등 장기적 대책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치 컨설팅업체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선관위가 투표 인센티브제를 도입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며 "투표도 국민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투표기 등 전자투표 도입 및 부재자 투표 방법 개선 등으로 유권자의 투표편의를 높여야 한다"며 "인센티브제를 확대하거나 외국의 의무투표제 도입 사례도 진지하게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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