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해볼것도 없다'던 한나라당 '해봐야 안다' 긴장

2008. 3. 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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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경필 의원은 한나라당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그는 19일 '동지들의 희생을 가슴에 품고 다시 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전국의 원외 당협위원장 115명 중 63명이 교체됐다. 남은 상처와 이겨내야 할 아픔이 깊다. 특히 경기도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 비율은 63.3%(28명중 18명)에 달했다. 교체된 당협 위원장 대부분은 어려운 야당 시절 온갖 어려움을 당해가며 당을 지켜 왔고, 지난 대선 승리를 위해 온몸을 던진 분들이다. 그 분들이 느끼는 실망과 배신감이 더 한 것 같다."

행간에 위기감이 묻어 난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해야 할 과반수 의석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본래 다분히 엄살용이었다.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뒤, 내부적으로는 170~180석을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하는 말은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당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천 후유증이 꽤 심각하다. 탈락자들 중에서 승복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면초가'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당 안팎에서 불길한 징후가 보인다.

첫째, 텃밭인 영남권이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인 대구 경북의 기류가 미묘하다. 부산 경남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박근혜-김영삼 바람'은 지금은 미풍이지만, 언제든지 태풍으로 변할 수 있다.

둘째, 충청권의 자유선진당도 의외로 강해지고 있다. 충청도의 민심은 역대 선거에서 대체로 집권자에게 불리하게 나타났다.

셋째, 수도권 기류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서울 53.2%, 경기 51.9%, 인천 49.2%를 득표했다. 전국 평균 48.7%를 웃돌았다. 당직자들은 "우리는 이제 수도권 정당"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천을 받은 신인들이 통합민주당 중진들에게 맥을 못추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낙선 위기에 처했다. 수도권 의석은 111석(서울 48, 경기 51, 인천 12)이나 된다. 안심할 수 있는 권역이 사라진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나라당 내부에 물어 보았다. 익명을 전제로 비판적 진단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은 대선이 끝나고 민심이탈이 시작됐다. 인수위원회의 무리한 행보 때문에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부자들의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청와대 수석과 내각 인선에서 민심이 악화했고, 공천은 정략적으로 비쳤다.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일련의 흐름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시스템 부재'도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대선 전부터,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에 '집권 이후 국정운영 전략'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이명박 정권의 행보는 전략이 없고 즉흥적이다. 공천 결과를 보면 '기획'의 흔적은 없다. 시스템이나 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김형준 교수(명지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던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견제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해볼 것도 없이 한나라당이 휩쓸 듯 했던 총선 지형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우위 자체가 흔들렸다고 보긴 어렵다. 4·9 총선은 3주 정도가 남았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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