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탈당 "유연한 진보 정당 만들고 싶다"

입력 2008. 1. 16. 12:31 수정 2008. 1. 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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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시민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유시민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을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대의명분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까지 함께 왔지만 지금 신당에는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칠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며 "유연한 진보정치를 하고 싶었으나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이고 노선 경쟁을 할 정상적 의사결정 구조도 없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 이어 유 의원이 탈당, `유연한 진보정당' 창당 의사를 밝히고, 또 다른 친노 인사인 이화영 의원도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친노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지 주목된다. 유 의원의 탈당으로 신당 의석은 137석으로 줄어들었다. 유 의원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 예정이다.

유 의원은 이날 "당원임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좋은 정당이라는 확신도 없는 당에 계속해서 몸을 담는 것이 어떤 대의를 위한 것인 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탈당했을 것"이라고 말해 손학규 대표 선출에 대한 불만이 탈당 배경이 아님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달리 사랑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며 "정체성이 모호한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선 참패 이후) 희생제의를 이야기하고, 탈당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집단적인 희생을 위한 본인의 주장에 공감이 없었다"며 "희생제의를 하자는 것은 저의 생각이었을 뿐 호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의 제안으로 끝났다"며 자신의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아래는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신당과 열린우리당과의 차이점은?

= 열린우리당은 지향은 올바른 정당이었지만, 원칙과 지향을 실현하는 풍토와 관행 때문에 실패했다. 진보적 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은 정당구성 방식이 헌법의 참정권에 맞는 정당이다. 유연한 진보는 시장시스템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이 모자라는 부분에서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정당이다. 통합신당은 가치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민주적 원리에 따른 어떠한 대립도 할 수 없는 정당이다.

-희생제의를 이야기하고, 탈당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집단적인 희생을 위한 본인의 주장에 공감이 없었다. 희생제의를 하자는 것은 저의 생각이었을 뿐 호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의 제안으로 끝났다.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하나

=이 전 총리는 당의 정체성과 노선, 대표선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탈당하셨고, 저는 장기적으로 노선과 정책이 달라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따라 탈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맥락이 다르다. 앞으로 이 전 총리와 함께 신당의 진로를 상의해 나가겠다.

-진보적 가치라는 것이 뭐냐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보수적 가치로 움직였다. 일시적으로 경제성장, 후생증가를 위한 요청으로 기울어져도 사회적 연대와 공정성, 기회균등,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가 있다. 이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이 있어야한다.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를 교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한민국의 진보가 필요없다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정당은 중도보수가 압도적인 세력이다. 거기에 중도진보가 일부 결합한 정당이다.

-노 대통령과 상의했나?

=퇴임하는 대통령과 정치적 지향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이 탈당과 신당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나도 그 사실을 여러 차례 청와대 참모들과의 통화를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뜻은 대통령의 뜻이고, 나의 선택 또한 나만의 선택이다. 대통령의 말씀은 충고로 듣고 제 자신의 미래는 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가야 한다.

-대통령에게서 (탈당에) 부정적인 뜻을 직접 들었나?

=저는 간접적으로 들었다. 탈당과 신당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견해는 이미 여러 차례 들었다. 이젠 제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길을 갈 필요가 있다.

-신당에선 왜 안되나

=신당에 대해 부정적인 가치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예의하다. 하지만 한가지만 이야기하자면 통합신당은 노선경쟁을 위한 정상적인 논의구조가 없다. 대의원이 없고, 정당대회를 열어서 노선경쟁을 하려고 하면 당이 깨지기 때문에 할 수가 없다. 시스템을 새로 짜는 것이 불가능한 정당이다.

-대선에서 이겼어도 탈당했나?

= 정동영 후보가 이겼다면 웃으며 탈당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크게 졌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떠난다. 이제는 무엇인가에 반대하기 위해 정당을 만드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우리가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이제 선악의 개념으로 이에 대항하는 모든 세력을 결합하라는 등식은 끝났다. 통합신당은 반한나라당 연합을 만들어 한나라당 집권이 되면 무서워진다는 공포감을 조성해 왔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권력을 남용하면 이제는 언제든 갈아치우는 것이 국민들이다. 누구든 반대하기 위해 모이는 정치는 그만둬야 한다. 무엇인가 하겠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말로는 위기를 벗어나기 힘들다. 물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대구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나?

=총선전에 당이 안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총선전에 신당되면 당 소속으로 하겠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적절한 때에 많은 분들과 상의해서 당을 만들어 가겠다.

<한겨레>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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