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왕국' 부탄 왕정마감 민주화 실험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38년 역사의 왕정을 마감하고 민주국가로 변신 중인 '은둔의 왕국' 부탄의 첫 민주화 실험이 마무리됐다.
부탄은 31일(현지시간)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들의 손으로 15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실시했다.
부탄이 민주화 실험의 첫 단계로 구성할 상원의 의석은 모두 25석.
이 가운데 5석을 제외한 20명이 이날 선거에서 선출되어야 하지만, 5개 선거구에서는 후보가 아무도 나서지 않은 탓에 일단 15명만 선출키로 했다.
난생 처음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 나선 부탄 주민들은 종교나 집안 대소사때나 꺼내 입던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새벽부터 투표소로 향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유권자들 뿐만 아니라 43명 후보들의 면면도 이채로웠다.
한 선거구에서는 28살의 정치과목 교사와 25살의 코미디언이 25세의 유명 배우와 접전을 치르기도 했다.
물론 상원의원 후보 자격 중 '대학졸업'이라는 학력 제한 조항을 거뜬이 통과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후보들이지만 저마다 선거구의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쳤다. 선거 결과는 2일 공식 발표된다.
한 투표소에서는 20여명의 주민들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착오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쿤장 왕디 선관위원장은 "일부 주민들이 투표용지 신청을 너무 늦게 해 자격이 주어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 1991년 네팔에서 정치적 차별을 받다 쫓겨난 뒤 부탄 시민권을 거부해온 수만명의 네팔 난민들은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해 이 곳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도 국경 마을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네팔 난민 삼드룹-종카르는 "우리는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이제 부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왜 선거권을 주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부탄은 2005년 12월 지그메 싱계 왕추크 전(前) 국왕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결심을 발표한 뒤 의회 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또 2006년 왕위를 물려받은 영국 유학파 출신 지그메 케사르 왕추크 현 국왕 역시 부친의 유지를 받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민주국가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했다.
2차례의 모의선거를 거쳐 이날 15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한 부탄은 1월 말께 5명의 상원의원을 추가로 선출하고, 2∼3월 중 하원의원도 뽑을 계획이다.
상하원이 모두 구성되면 238년 역사의 왕정이 종식되고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에도 민주국가가 들어선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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