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선친이 취조한 독립유공자에 사죄(종합)

입력 2007. 8. 15. 19:02 수정 2007. 8. 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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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부산=연합뉴스) 맹찬형 민영규 기자 =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인 신기남(辛基南)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광복절인 15일 일제 때 헌병으로 복무한 선친 신상묵씨로부터 취조받은 독립운동가 차익환(82)씨와 김장룡(81)씨의 자택을 차례로 방문, 선친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다.

신 전 의장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에 있는 차씨의 자택을 먼저 찾아가 "차익환 선생께서 고난을 당하신 데 대해 선친을 대신해 사죄드리며, 앞으로도 잘못된 역사의 상처를 올바르게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이에 대해 "비록 내가 고난을 받았지만 선친은 우리가 감옥에 보내질 때 음식도 주고 휴식도 취하게 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갖고 있었다"면서 "예전에 만났더라면 진작 서로 회포를 풀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신 전 의장은 이어 부인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김씨의 자택을 방문, "역사와 선친을 대신해 제가 용서를 구하려고 왔다. 앞으로 아버님같이 모시겠다"면서 큰절을 한 뒤 "선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의장은 이어 "선친의 잘못을 사죄하고 보상하는 의미에서라도 역사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뒤 김씨의 아들(49)에게도 "아버지 시대에는 역사의 아이러니로 그런 일이 있었지만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것"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김장룡씨는 "선친이 저한테는 고문을 하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이런 것 다 잊어버리고 화해했으면 좋겠다"면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달라"고 격려한 뒤 신 전 의장의 양손을 잡았다.

신 전 의장은 2004년 8월 선친의 일제하 헌병복무 등 친일 행적이 불거지면서 당 의장직을 승계한 지 3개월만에 사퇴했고, 당시 차씨와 김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항일운동을 하다 체포돼 신 전 의장의 선친으로부터 취조받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해 신 전 의장의 낙마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1944년 7월 항일운동 과정에서 일제에 체포됐던 김씨는 제62주년 광복절인 이날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포장을 받았지만, 차씨는 경복고 재학중 `청운회'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일제 헌병대에 검거돼 옥살이를 한 경력이 있으나 아직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신 전 의장은 `탈레반' 등의 별칭을 얻을 정도로 강성 개혁 이미지를 구축하며 과반 여당의 대표를 맡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과거사 정국의 한복판에서 부친의 친일 행적이 밝혀져 개인적인 정치행보는 물론 당시 여권에도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신 전 의장의 이날 사죄 방문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선친의 친일행적으로 인한 논란을 정리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mangels@yna.co.kr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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