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관기라도 보냈을 텐데"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냐?"

2007. 8. 4. 1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기자]

[기사대체 : 3일 오후 5시 30분]

- 취재 : 손병관·김지은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동영상 : 박정호 기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 룰' 문제로 박근혜·이명박 후보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후보들의 6번째 합동유세가 3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에서 열렸다.

대선주자들은 3일 '일 잘하는 대통령' '믿을 수 있는 대통령' '서민 대통령'을 내세우며 충청 표심을 공략했지만 유세장 청중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청주 유세의 이모저모를 정리해봤다.

[#장면 ①] 정우택 "관기라도 넣어드렸을 텐데"

▲ 3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6차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나란히 앉아 각자 시선을 딴 데 두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유세에 앞서 정우택 충북지사와 도가 지나친 농담을 주고받아 눈길을 끌었다.

정 지사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유세차 청주를 방문한 대선후보들을 실내체육관 귀빈실에서 영접했다.

이 후보가 귀빈실로 들어오자 정 지사는 "어제 긴긴 밤 잘 보내셨냐"고 인사했고, 이 후보는 "지사님 덕분에 잘 쉬었다"고 짧게 화답했다. 이 후보는 전날 청주에서 당원 간담회를 가진 뒤 이곳 R호텔에서 숙박했다.

정 지사는 이어 "(이 후보가)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官妓, 고려·조선시대에 관청에 딸린 기생)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고 말했고, 이 후보는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농담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후보가 "이거 다 언론에 난다"고 한마디 하자 중앙당 관계자는 취재진을 급히 밖으로 내보냈다.

박 후보는 마침 옆방에서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과 '여론조사 룰' 문제로 면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박근혜 캠프의 관계자는 "여자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관계자는 "정 지사가 무례한 농담을 던지는 바람에 이 후보까지 곤란하게 됐다"며 정 지사에게 오히려 책임을 돌렸다.

정 지사는 한나라당 소속 광역 시·도지사 중 박 후보의 잠재적인 지지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장면 ②]

박근혜 '걸림돌' 된 박지만

▲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제6차 합동연설회가 3일 오후 충북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EG테크 노조원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EG그룹 박지만 회장의 부당 노동 행위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자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박 후보의 동생 이름이 거론되는 데에 분개해 항의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제6차 합동연설회가 3일 오후 충북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EG테크 노조원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EG그룹 박지만 회장의 부당 노동 행위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와 선관위의 권고로 피켓에 쓰여져있는 박 회장의 이름을 청테이프로 가리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충청북도는 '빅2' 후보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수를 비교할 때 박 후보(5~6명)가 이 후보(3명)에 대의원 수에서 우세를 보이는 지역으로, 청주 유세는 박 후보가 승기를 잡아야 할 요충지였다.

그런데 이 곳 유세장에서 남동생 박지만씨 문제가 박 후보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박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EG테크 노조원 20여 명이 이날 정오 무렵 행사장(청주 실내체육관) 앞에서 박씨의 부당 노동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EG테크 노조원들은 "박 회장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 행위를 일삼고 있다"며 이날 청주와 5일 광주 유세장 앞에서의 집회를 예고했다.

현장에 있던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은 박 후보의 동생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에 분개했다. 이들은 "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노조원들에게 강력 항의했고, 양측의 몸싸움 와중에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교선부장이 계단 밑으로 밀려 넘어져 팔과 등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이 노조원 시위를 제지하려고 했으나 '집회 신고서가 접수된 합법 집회'라는 노조의 항변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충북지역 선관위 관계자가 뒤늦게 나타나 "후보 인척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으로도 합동유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피켓과 플래카드에서 박지만씨의 이름을 가려줄 것을 요구했고, 노조원들이 이를 수용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시위 자체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장면 ③]

박근혜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는데"

▲ 3일 오후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6차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박근혜 이명박 홍준표 원희룡 후보가 환영 꽃다발을 받은 뒤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유세는 박근혜·이명박·홍준표·원희룡 후보의 순으로 진행됐다.

박 후보는 "제주에서 시작된 바람이 충청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박근혜의 바람을 느끼는가?"며 역전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좌파는 분열 때문에 망하고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또 부패정당·땅떼기당 소리를 들으면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겠냐"며 이 후보를 겨냥해 가시 돋친 언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강바닥을 파고 토목공사를 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집 앞에서 대규모 공사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정작 돈은 개발정보를 미리 챙긴 사람들이 벌어가지 않았냐? 나는 땅이 아니라 땀으로 돈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검찰이 지만원씨를 구속한 것을 지칭하는 듯 "이번 선거에도 김대업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출생의혹이니 병역비리니 하는 것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게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 땅의 어느 정치인이 자신있게 나를 비난할 수 있냐?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냐"며 본선 필승론을 주장했다. 이 후보는 사전 배포 연설문에는 "(박 후보 측이) 이제는 돈 뿌리고 있다는 거짓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는 대목을 집어넣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이 후보가 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비용 초과 지출로 의원직을 잃은 것을 염두에 두고 문제의 대목을 막판에 삭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홍준표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후보 두 분이 이런 식으로 극도의 비방전을 전개하면 경선 후에 어떻게 봉합할 지 걱정이다. 두 분을 융화시켜 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나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고, 원희룡 후보는 "금품선거 공방 등 볼썽사나운 싸움에 화가 난다. 원희룡은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씨감자'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 3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제6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청주 실내체육관 입구에 선거인단 명부에 이름이 없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당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출입문에 배치된 경찰이 행사장으로 통하는 출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 3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제6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청주 실내체육관 입구에 선거인단 명부에 이름이 없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당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출입문에 배치된 경찰이 행사장으로 통하는 출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 3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제6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청주 실내체육관 입구에서 선거인단 명부에 이름이 없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당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장면 ④]

선우용녀·전원주·정흥채·서범식... 연예인 응원전

'빅2' 지지자들은 이날도 행사장 양편으로 나뉘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유세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행사장 질서도 차즘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

그러나 일부 청중들의 야유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후보가 "내가 땅 투기를 했다구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청중들에게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대목에서는 박 후보와 이 후보가 동시에 '예'와 '아니오'를 동시에 연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이 '빅2' 후보로 패가 갈려 말다툼을 벌이는 광경도 목격됐다. 이 후보 측 A의원과 박 후보 측 B의원이 행사장 앞줄에서 자리 다툼을 하다가 언쟁을 벌였고, 이를 보다못한 전재희 의원이 A의원과 자리를 바꿔앉아 사태를 수습했다.

유세장의 '감초'가 된 탤런트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탤런트 선우용녀·전원주씨가 '박근혜'를 연호했고, 정흥채·서범식 등은 이 후보의 기호 '1'을 뜻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특히 정씨는 푸른색 두건과 티셔츠를 맞춰 입고 지지자들의 흥을 돋구었다.

/특별취재팀 기자

- ⓒ 2007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