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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야당·언론 저주에도 경제는 성공적"…설득력 있나

이데일리 | 입력 2007.01.24 09:58

 




- "민생문제 만든 책임없다"…양극화 원인규정에 논리 모순

- "인위적 경기부양 안해"…경제운용 목표의식 부족일 수도

- "야당과 언론의 위기론 과잉"…발목잡기 일리 있어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밤 신년연설에서 참여정부 4년 경제정책과 관련해 장시간을 할애했다. 연설 내용은 야당과 언론이 저주를 퍼붓는 와중에도 "참여정부 기간동안 경제는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자체 평가로 요약할 수 있다.

야당과 언론의 저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운용은 성공적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의 평가는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민생문제 만든 책임 없다"…설득력 있나


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일반적으로 국민이 알고있는 상식과, 정책당국자 또는 학계가 갖고 있는 전문가적 시각을 구분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의 실체를 봐줄 것을 요청했다.

민생 문제에 대한 해명이 바로 그것.

노 대통령은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 지난 4년동안 제 가슴을 찌르고 있다"면서 송구스러워하면서도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고 책임의 선을 분명히 그었다.

노 대통령은 첫째, 민생이 어렵다는 것은 옛날과는 달리 `양극화`라는 새로운 현상에 기인한다는 점, 둘째, 경제만 좋아지면 민생은 풀리는게 아니라,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된다는 논리를 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한나라당 사람을 지칭하는 듯)이 `민생 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했다.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이 부분은 노 대통령의 논리에 일리가 있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극화가 심화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탓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양극화 현상이 조금씩 심화되어 갔지만 기업부도, 노동자 해고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만해도 그 경향은 심각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책임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게 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현상의 원인으로 세계화, 정보화를 꼽았다. 참여정부가 세계화(또는 개방화)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고, 정보화에선 우리나라가 가장 선진국이다. 이 두가지를 원인으로 상정한다면, 양극화 해소는 우리가 세계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정보화 1위국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요원하다는 말이 된다.

세계화, 정보화는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좋아져도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 저성장과 저투자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신자유주의 경제운용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 경제 방식을 떨치지 않고 양극화 해소에 나서다 보니, 해소는 커녕 심화되는 추이를 거의 막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 경제운영 방식에 대해선 책임이 참여정부에 분명히 있다.

◇"인위적 경기부양 안했다"…의미있는 주장인가


경기관리에 관해 `후유증 우려되는 무리한 경기부양을 하지 않았다`는 자체 평가도 납득할 수는 있다. 노 대통령은 "경제이론이 허용하는 모든 경기 부양책을 다 동원했다"면서도 "이론적으로 검증된 거시경제 수단만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문제에 대해 언론과 야당의 비판 때문에 경기부양의 유혹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웠을텐데 성공했다. 경기관리 수준의 재정 조기집행 정도는 있었지만, 후유증을 양산할 무리한 규제 해제나 세제 완화 정책을 구사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고성장 목표를 포기하고, 참여정부 초기에 해외로 투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을 구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책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운용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가 불분명하거나, 악화되지 않을 정도의 경제운용 목표의식을 가진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게 사실이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일자리 창출 등 단기 운용상의 문제 뿐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력 확충의 문제도 불러왔다.

◇경제에 야당과 언론이 저주를 퍼부었다?

경제에 관한한 야당과 언론의 `저주`라는 노대통령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나.

이 대목에서는 노 대통령 주장에 동의할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언론과 야당은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경제 발목잡기`를 해온 면이 있다.

두가지다. 최근 헌법 개정 논의에서도 불거졌던 것처럼, 참여정부가 정치이슈를 제기할때마다 `경제를 돌보지 않고 정치갈등만 불러일으킨다`고 언론과 야당의 주장이다. 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정경이 시스템상으로 확실히 분리된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단기 악재로 그칠 정도로 증시 또는 경제에서 비경제적 요소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 노 대통령이 헌법개정을 제안하던 날도, 증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경제는 경제, 정치는 정치`라는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다른 하나는, 과장된 위기론이다. 경제에서 `위기`라는 표현은 구사하는데 매우 엄격해야 한다는게 정설이다. `경제위기`는 일반 용어가 아닌, 경제적 전문용어에 가깝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언론과 야당은 `위기`라는 용어를 다반사로 구사한다.

조금만 경기가 위축되어도 `경제위기` 우려라며, 비경제학적으로 사용했다. 과거 노태우 정부시절 `총체적 위기`라는 표현의 후유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상기하면, 신중해야 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파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지나친 과장"이라고 했다.

이어 "경제는 심리하고 하고, 경제 심리는 소비와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런 과장된 평가가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그 역도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라고 한다면, 갈수록 위축됐던 기업과 국민들의 경제 심리를 어루만지는, 흥이 나게 하는 노력을 할수도 있었다. 참여정부는 대신, 시장의 냉혹한 논리를 따르도록 한 적이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은 하지 않는다`며 경제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긴 했는데, 경제운용의 모호함이 주는 여유는 생각지 못했다. 그렇게 하기엔 우리 경제심리가 너무 취약했던 것이 원인이었나.

◇"성장잠재력 핵심은 기업경쟁력"…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왜 반대?

노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또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 기업의 경쟁력이 핵심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로운 시장, 보다 넓은 시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웬걸, 하이닉스 반도체의 공장신증설은 묶고,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확대는 결심했다. 물론 이 정책이 노 대통령의 생각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내에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민간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자칫 정부정책의 권위가 무시되고, `자유방임 정책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커질 우려를 남겼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참여정부 경제정책은 잘 가고 있다"고 한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그래서 약간 공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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