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 "뉴라이트 교과서는 학문의 진일보" 파문

2006. 12. 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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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는 한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인식해 나가는 과정으로 학문의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친일 찬양, 극우적 시각을 담은 역사교과서를 내년 3월에 출간하기로 한 것에 대해 지난달 30일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한 말이다.

다음날인 1일 심재철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이 나서서 "뉴라이트 교과서 시안은 그야말로 우편향에 역편향을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파문이 확산된 뒤였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즉각 "유 대변인의 말이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인지, 당 대표와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밝히라"며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기준 대변인은 전날(30일) 오후 브리핑에서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순수한 학문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며 "정치권에서 논쟁은 좀 더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기준 "학문의 진일보"... 임해규 "일제 강점이 근대화에 기여"

유 대변인은 특히 "현재 우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는 친북 이데올로기로 상당 부분 편향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 등 한국사회의 변혁 과정에 대한 평가에도 다양한 시각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권 일각에서 교과서의 전체 내용이 아니라 일부 내용만 발췌해서 비판을 하는 것은 균형된 시각을 결여한 것"이라며 오히려 '교과서포럼'을 두둔하고 나섰다.

같은 날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유신을 찬양하고 5·18을 폄하하는 시각이야말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비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유기준 대변인이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를 '학문의 진일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유기준 대변인은 일제 강점기를 '근대화문명 전환과정'으로 평가한 내용과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이라 칭송한 내용, 광주항쟁을 지역주의 감정에서 시작됐다고 폄하한 내용에 동의하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역사가 시대상황에 따라서 재평가되고 재서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교과서포럼'의 역사교과서 내용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임 의원은 '식민지 근대화론'과 관련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한 점이 일부 있다"고 말하고, 5·16 쿠데타에 대해서도 "저개발 국가에서 쿠데타로 집권하는 것들이 불가피했던 사정도 일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공감의 뜻을 표했다.

열린우리당,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은 한 몸인가

▲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2006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교과서포럼'에 대한 유기준 대변인 등의 평가는 다른 당직자에 의해 하루 만에 번복됐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1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뉴라이트가 교과서 시안을 낸 것은 그야말로 우편향에 역편향 보인 게 아닌가 싶다"며 "4·19를 학생운동으로, 5·16을 혁명으로 표현한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심 본부장은 이어 "5·16이 나중에 결과로서 산업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과정은 쿠데타로서 잘못된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게 역사적 과정으로 기록되어 다 알려져있다"며 "지나치게 우편향으로 기술해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수습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일제히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 표명과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공식 대변인이 '학문의 진일보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의 2중대인지, 뉴라이트가 한나라당의 2중대인지, 서로가 한 몸인지 정확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데 한나라당이 어떻게 개입했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한나라당 교육위원인 임해구 의원이 '일제 식민지는 근대화로 발전하는 단계이고,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 대변인, 당 교육위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 대표와 대선후보들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며 "대변인이 엉뚱한 망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공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정호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학자들이야 이 시대에서 사라져야 할 정신 나간 일부 극우학자들의 망동이라 치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제1야당 대변인의 평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유린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자 사실상 일제 강점기를 찬양·고무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기준 대변인의 비뚤어진 역사관은 이미 '쿠데타 타산지석' 발언으로 확인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브리핑을 통해 헌법 정신을 유린하고 쓰라린 과거사를 찬양·고무하는 것은 척결해야 할 역사인식의 소유자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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