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르 성토' 문예위 회의록 누락..문체부 지시 있었나
[한겨레] 도종환 의원 ‘회의록 은폐 의혹’ 제기
‘미르재단’ 모금방식에 대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성토가 담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록은 애초 민감한 내용이 담긴 부분이 누락된 채 국회에 제출됐다. 야당은 ‘모종의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을 들어보면, 문예위는 도 의원의 요청을 받고 지난 5일 의원실에 2014~2016년 3년치 문예위 회의록을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중 30쪽 분량의 제173차 회의 속기록(2015년 11월6일치)은 도 의원이 또다른 경로로 입수한 45쪽 분량의 같은날 회의록보다 15쪽가량 적은 분량이다. 문예위가 제출한 회의록에서 빠진 부분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을 내는 것으로 해서 (미르재단이)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고 한 박병원 회장의 발언이 담긴 대목 등이다. 처음 만들어진 회의록을 사후에 수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의 속기록은 전체 발언록 가운데 발언 당사자가 공식 속기록에 남기기에 부적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요청한 대목을 삭제한 뒤 작성된다. 하지만 박병원 회장과 박명진 문예위원장 등 당사자들은 발언 삭제 요청을 했는지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병원 회장은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발언 삭제 요청을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박명진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미르재단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회의록이 일부 삭제된 것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감독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문체부에서 문예위를 담당하는 책임자는 1차관 산하 우상일 문화예술정책관이다. 우 정책관은 문체부 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꼽히는 김종 2차관의 ‘직계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정윤회씨의 승마협회 인사개입 논란 당시 체육국장이던 우 정책관이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보고중인 김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한다는 메모를 전달한 것이 언론에 들통난 일도 있다.
도종환 의원은 “공공기관인 문예위가 대기업 강제모금으로 미르재단을 설립했다는 등 민감한 내용을 회의록에서 삭제한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문예위는 회의록 삭제에 문체부나 그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지원 이정애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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