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승전일?..대선 앞두고 이념전쟁 시동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건국절 논란]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역사전쟁'을 시작할 태세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에서 불붙인 건국절 법제화는 안보이슈와 함께 정치권의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건국절 논쟁은 이명박정부 당시 보수진영 일각에서부터 제기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헌국회를 세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것. 이에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권에서는 건국절을 법으로 확립해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상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건립,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건립된 것"이라며 "상해에 건립된 것은 임시정부, 망명정부였다. 그 사실을 우리 헌법이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건국 시점을 1948년 8월 15일로 잡는 것은 1차적으로 일제 식민 지배 당시 수립됐던 상해 임시정부의 정통성 계승을 부정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건국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이나 친일 행위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첨예한 대립점을 만든다. 나아가 분단이 고착된 후 한반도 남쪽에서 단독 정부가 들어선 것을 건국으로 봐야한다는 관점은 북한 정권과의 역사적 단절을 전제로 한다. 즉 건국절에 대한 찬반이 북한에 대한 정치적, 이념적 편가르기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 일부에서는 건국절 논란이 박근혜정부 들어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통합진보당 해산, 전교조 불법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이념 논쟁이 불거졌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에따라 더불어민주당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건국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역사를 정권 논리에 따라 함부로 만지려 해서는 안된다"며 박근혜정부의 건국절 법제화 시도를 비판하고 "독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게 하되 공과를 있는 그대로 존중을 하는 것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며 역공 태세를 취했다.
야권의 '잠룡'으로 대권 무대를 내다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절을 승전일로 기념해야 한다며 건국절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을 펴고 있다.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들이 벌인 독립전쟁이 사실상 승리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담한 논리를 펴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이 건국절 논란을 과도하게 이슈화하는 데 대한 비판도 만만치않다. 야권에서는 오히려 여권이 의도한 이념 프레임에 휘말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보나 국가와 같은 어젠다는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건국절 논란에 대한 맞대응이 대선에 유리한 전략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경제민주화나 일자리 문제 등 철저하게 실용적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잠룡으로 꼽히지만 여권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대표적이다. 남경필 지사는 "건국절이다 아니다의 주장은 '또 저러는구나'라고 국민을 한탄하게 할 뿐"이라며 "일자리 등 당면한 현안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건국절 논란에 선을 그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