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좀 틀자" 누진제 완화 나선 野..전기요금 인상 역풍?

최경민 기자 2016. 8. 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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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전기요금 누진제 잡기]①더민주·국민의당 잇달아 완화책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전기요금 누진제 잡기]①더민주·국민의당 잇달아 완화책]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은 앞다퉈 가정용 전기에만 부과하는 누진제를 완화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다만 섣부른 누진제 완화는 오히려 가정용 전기요금를 올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가정용 누진제와 관련해 당차원의 입장을 확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가정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을 근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국민의당은 이미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누진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가정용 전기 누진제는 총 6단계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1단계(100kW 이하)의 경우 1kWh 당 60.7원을 내지만, 전력 사용량이 6단계(500kW 초과)에 달할 경우 709.5원에 달하는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누진배율이 약 11.7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를 위한 일반용(105.7원), 기업을 위한 산업용(81.0원)이 누진제 없이 계절 및 시간별로만 차등을 두는 것과 차이난다.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부과한 것은 1970년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오일쇼크 때문이다. 전기발전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가정의 전기 사용을 억제하고, 산업용 전기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이후 몇차례 완화됐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가정용에 가혹하다는 평가다. 일반 시민들이 비싸게 전기를 쓰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값싼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기업이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에너지를 낭비하는 원흉으로도 누진제가 지목되고 있다.

정치권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민의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1단계와 2단계를 통합해 1단계의 요금을 적용하고, 3단계와 4단계를 통합해 3단계 요금을 적용하는 안이다. 1~4단계 까지의 전력 사용가구 비율이 94%에 달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더민주는 아직 당차원의 입장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박주민 의원이 누진제 개선의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을 발의했다. 국민의당 보다도 급진적 안이다. 누진단계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고 현행 11.7배인 누진배율을 2배까지 낮추는 것이다.

특히 양당은 누진제 개편을 통한 서민 전기요금 부담 완화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체 사용전력의 55%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전력사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전력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의 법안에는 전기요금 인상을 대기업부터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러나 누진제 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방식으로 누진제 구간을 간소화한다면 오히려 서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비싸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의 경우 법에다가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결정하는데, 기업 논리를 고려할 때 한전이 값싼 요금을 보장해줄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국민의당의 안처럼 3단계(201~300kW)와 4단계(301~400kW)를 통합했을 때 본래 취지처럼 3단계의 요금(1kWh 당 187.9원)이 적용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전이 4단계 전력 사용자들에게 기존(280.6원) 보다 훨씬 싼 요금을 부과할 경우 손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3단계보다 4단계에 가까운 전력 가격이 형성되며, 기존 3단계 전력 사용자들이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국 누진제 완화는 보다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과 맞물려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어컨을 많이 쓰는 한여름에 여론에 휩쓸리듯 결정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역풍을 정치권이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누진제 문제의 해결은 절대로 급진적인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전기요금 인상은 전기 수요를 줄이는 것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누진제 완화의 경우 현재 관심사인 원자력발전소 감축과 연관해 고려하는 등의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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