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뜻" 내세워 내놓고 협박..최경환까지 공천전횡 드러나

2016. 7. 1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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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경환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 없잖아”
윤상현 “대통령 뜻 얘기해준 것 아니냐”
김성회 “너무 심한 겁박 아니냐”
최 “싸울 필요 없으니 옮기면 좋지 않겠냐는 권유였다” 해명

왼쪽부터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18일 공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녹취록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새누리당 친박 핵심들의 오만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윤 두 의원은 상대방을 겁박하고, 모멸감을 주면서 공천권을 손에 쥔 듯 행동했다. “평의원 신분이라 공천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던 두 의원의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윤 의원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을 무시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최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면서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서청원 의원과) 붙을라고 하고 음해하면 ○○○도 가만히 못 있지”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냐”는 말도 했다. 윤 의원 역시 김 전 의원을 향해 “까불면 안 된다니까. 내가 형에 대해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며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두 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행태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라는 것이) 브이아이피(VIP·대통령)의 뜻이 확실하냐’는 예비 후보자의 물음에 “그럼, 그럼”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도 “뒤에 대통령이 있다니까. 대통령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서) 가야 한다니까”, “대통령의 뜻을 이야기해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최측근들의 전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윤 두 의원에게 당의 공식 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면 공천을 보장해주겠느냐는 물음에 “옆(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고. 그건 ○○○도 보장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자신들이 임의로 공천 신청지역을 옮겨 줄 수 있다고 암시했다. 윤 의원 역시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라고 했다. 공천 당시 “친박계가 공천을 좌우하고 경선 지역도 편의에 따라 정한다”는 이야기가 뜬소문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친박’이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란 오만한 인식도 보여줬다. 그는 “‘경선을 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당신을 후보로)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고 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몇몇 사람이 당의 공천 시스템을 완전히 형해화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먼저 전화로 1차 회유를 하고 곧이어 최경환 의원이 확약을 하는 ‘공조’ 체계도 보여줬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총선 기간 동안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 마치 제가 공천을 다 한 것처럼 매도당할 때에는 억울함을 풀어볼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이날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우리끼리 같은 지역구에서 싸울 필요 있느냐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거다. 화성병이라는 지역구가 생겼으니 거기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권유였다”고 해명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나온 총선 패배 백서가 친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자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더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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