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무원-가족 20달러 넘는 식사접대 금지.. 싱가포르, 뇌물 받을 의도만 드러내도 처벌

2016. 7.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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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부패 방지' 외국에선 어떻게

[동아일보]
조지프 필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은 2013년 이임한 뒤 돌연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 전역했다. 노장의 ‘불명예 제대’ 이유는 한국 지인들에게서 기념으로 받은 선물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시아에서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싱가포르는 부패방지법 제정 8년 전인 1952년부터 검찰과 독립된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만들어 엄격한 반(反)부패 정책을 펴왔다. 이처럼 세계 선진국들은 공직자의 부패 행위를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 해악으로 보고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필 전 사령관은 1500달러(약 166만 원)짜리 도금한 몽블랑 펜 세트와 2000달러(약 222만 원) 상당의 가죽가방을 선물로 받았고 가족 중 한 명도 한국인에게서 현금 3000달러(약 333만 원)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위반한 법은 1962년에 제정된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공직자의 청렴을 기본 원칙으로 삼은 이 법에 따라 공직자가 정부 급여 이외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징역 1∼5년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공무원과 가족은 한 번에 20달러(2만3000원), 연간 50달러 이하 선물만 받을 수 있고 범위를 벗어나면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워싱턴 주요 부처와 관공서 주변 식당들의 점심 메뉴는 20달러 이하가 대부분이다. 상원 인근에 있는 유명 식당 ‘모너클’의 경우 쇠고기 샐러드가 18달러 선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유명 정치인들이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정부부처 건물에는 카페테리아 등 구내식당이 잘 차려져 있다.

싱가포르 CPIB는 부패 행위 수사에 민관을 가리지 않는다. 민관 유착 사건이 부패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은 공무원, 국회의원, 공공단체 구성원, 신탁관리자, 공기업 직원, 법인, 공공단체 수탁기관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등으로 매우 포괄적이다.

공무원의 경우 별도 행동강령까지 제시해 가장 강하게 규제한다.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받을 의도를 드러냈다면 범죄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돈과 선물뿐만이 아니라 대출, 일자리 제공, 식사 또는 여행, 향응의 제공은 물론이고 성 접대까지 뇌물에 포함된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10만 싱가포르달러(약 8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뇌물은 전부 국가에 반환된다. 반환이 불가능할 경우엔 징역형이 추가된다.

프랑스도 공무원법 윤리규정을 통해 ‘공무원은 관례적이거나 저렴한 가격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 표시, 다른 이익을 취해서는 안 되며 이런 것을 받았을 때는 제공자에게 돌려주거나 국가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 외에 민간인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특정해 법으로 규제하는 선진국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일본 언론인은 “한국의 김영란법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법률 대신 자체 윤리강령으로 사학 교원 및 언론인들의 청렴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들은 자체 ‘기자 행동기준’에 따라 취재원에게서 취재 자료나 통상의 기념품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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