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2년만에 부활한 수도이전론
[머니투데이 진상현 우경희 박소연 구경민 지영호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수도권 지자체장이 되살린 '수도 이전론', 개헌 문턱 넘을까“박원순 시장은 ‘수도 이전’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서울시정에 매진해야 한다”
서울에 지역구(강서을)를 둔 3선의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찬성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서울이 안그래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서울시장이 수도 이전을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는 얘기다.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하면서 시작돼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세종시를 탄생시킨 수도 이전 이슈가 수면위로 재부상했다.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도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개헌을 해서라도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완전한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게 계기다. 야권의 차기 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지의사를 보냈고 이춘희 세종시장, 더불어민주당의 3선 중진인 김태년 이춘석 의원 등 상당수 단체장, 정치인들도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5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찬성 대열이 가세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래 숨죽였던 '수도 이전론'이 12년 만에 다시 활활타오르고있는 셈이다.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수도 이전’ 논의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먼저 제기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수도가 충청으로 이전하게 되면 기존 수도권으로선 인구, 일자리, 영향력 등에서 출혈이 불가피하다. 서울에 근거지를 둔 단체장들이나 정치인들로선 쉽사리 찬성하기가 어렵다. 당장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날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런데 이번엔 기득권을 가진 쪽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다며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남 지사가 수도 이전을 공론화한 뒤 안 지사는 "수도권 단체장인 경기지사의 말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이전론’의 결정적인 한계로 여겨졌던 헌법 개정을 정조준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2004년 10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 헙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면서 국회와 청와대는 서울에 둔 채, 오늘의 세종시인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하는데 그쳤다. 이후 10년 이상 수도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나오지 못했던 것도 위헌이라는 ‘유리천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헌법만 고친다면 수도 이전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 분권강화 등 개헌 논의가 무성한 상황이다. 수도이전 개헌도 토론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물론 이번에도 갈 길은 멀다. 봇물 터지 듯 제기되는 다양한 개헌 주장들 가운데 수도 이전과 관련한 내용이 개헌안에 반영이 돼야 하고, 국민투표까지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이전에 대한 찬반 양론도 여전히 팽팽하다.
찬성하는 쪽은 수도권의 집중과 과밀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로 서울의 심각한 주택문제, 교통난 그리고 이로 인한 국가의 경쟁력 약화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해법이 수도 이전이라는 주장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각종 규제로 외국 유명기업이 국내투자를 기피하는 등 수도권 자체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는 점도 든다. 청와대와 국회는 서울에, 다른 행정부처는 세종시에 위치해 발생하는 행정적인 비효율도 해소할 수 있다. 남 지사는 여기에 청와대와 국회의 이전으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인 기득권 구조가 깨지고 대한민국을 리빌딩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에선 충청지역으로의 수도이전은 기존 수도권의 외연 확장 또는 광역화에 그칠 수 있고, 한반도 전체로 볼 때 남쪽에 위치한 충청 지역에 수도가 만들어지면 통일을 가정할 때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행정 수도 이전 만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이 되는 것이 아니므로, 차라리 건설과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비수도권 전체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기반시설 투자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경필, 안희정, 박원순 등 차기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이번 수도 이전 논의는 상당 기간, 상당 수준까지는 공론화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행정복합도시건설로 결론이 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균형발전 등을 놓고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립구도는 오히려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 '수도 이전' 문제가 흡인력 있는 화두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이전 찬성론 "靑·국회 옮겨 인구·경제 양극화 해소"
영남권 신공항이 신축이 아닌 김해공항 증축으로 결론나자 유치 공방을 벌이던 밀양과 부산이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부담 탓에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가치를 저버렸다는 거다. 이후에는 밀양 대(對) 부산의 대립구도가 자연스럽게 수도권 대 지방 구도로 전환됐다. 이어진 원자력발전소 부지선정 문제도 역시 수도권 대 지방의 갈등의 한 단면이었다.
이는 "좋은 것은 수도권에, 골치아픈 것은 지방에"라는 고질적인 수도권-지방 갈등에 기인한다. 경제 문화적 편의가 수도권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수도이전론의 가장 큰 근거도 바로 이 지방균형발전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가치를 분산시키고,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도 해소시키자는 주장이다.
지역균형발전은 헌법에도 명시된 기본 가치다. 하지만 이 가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인구가 1000만을 넘은지 이미 30년이 됐다. 서울과 경기권을 합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한다. 수도권에 인구가 이렇게 집중된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해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편중은 지방의 일자리 부족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고령화와 인구공동화의 원인이 된다. 정부가 지역경제 육성계획을 수시로 발표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규제프리존, 그린벨트 용도제한 완화, 투자활성화 대책 등이 이 같은 고민에서 나왔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추가 이전, 사실상 수도를 옮기는 안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 정부부처의 이전을 통해 세종시가 중부권 거점도시로 탄생했으나 해당 지역에서는 인구의 블랙홀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청와대를 옮김으로써 균형발전의 당초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거다.
덩그러니 떨어진 세종시와 국회·청와대 간 거리에서 소모되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 역시 정부부처 이전 초기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행정비효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국회 분원 설치 등은 또 다른 비효율만 불러온다는게 중론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치행정학부)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된 세종시가 충청권 인구만 끌어가면서 국정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라도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를 선거 쟁점화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될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이전 반대론 "비용·법적 타당성·지역갈등 우려"
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이들은 세종시는 정치 중심지로 만들고, 서울·수도권은 경제와 문화·관광 중심지로 기능과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는 것은 단순히 국가기관 이전이나 권력구조 개편의 문제가 아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출발점이다.
2004년 노무현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자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이고 서울에 청와대·국회·대법원이 있어야 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서는 수도를 세종시로 바꿔야 한단 얘기다.
우선 이처럼 한 차례 있었던 헌법재판소 결정을 바꾸거나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도 이전 문제까지 얹어 개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 세종시 이전'을 총선정책 공약집에 넣었다가 이틀 만에 비판을 감수화하며 백지화한 것도 헌재 판결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이유였다.
이처럼 법적 타당성 등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이전 문제가 특히 큰 선거를 앞두고 반복적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이 이 이슈를 '충청 표심'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우선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실제 지역 균형발전을 가져올지 근거가 부족하단 지적이다. 세종시로 정부청사가 이전된 후 세종시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비만 연간 230억원에 달하는 등 행정 비효율이 생겼다.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면 입법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수도권 시민들과의 소통 기능이 떨어지고 민원인들이 부담해야 할 교통비용 등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을 뉴욕에 빗대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 족하다"며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찬성한 데 대해, "대한민국과 미국은 다르고 서울과 뉴욕도 같을 수 없다"며 "수도를 옮기면 자연스레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란 사고는 일차원적이고 전근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충청권 집중에 따른 수도권 등 타지역 시민들의 반발로 인한 국론 분열의 우려도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달 16일 남 지사의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 주장에 대해 "수도권에만 사는 게 2300만명인데 그게 되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수도권 시민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기보다 수도이전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봐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긴 시간을 두고 충분한 공론과정을 거친 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이전 문제가 정치 쟁점화될 경우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고, 자칫 본래의 '권력 분산'이란 취지에서 벗어나 진흙탕 싸움이 될 경우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과천시 정부청사 주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것에 비추어 현재의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옮길 경우 활용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시기적 여유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 밖에 전세계인들 뇌리에 각인된 '서울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를 버리는 데 대한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했는데 머지 않은 미래에 통일이 되면 수도가 너무 남쪽에 치우치게 된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靑·국회 이전…남경필·안희정·박원순 '잠룡 단체장'들이 '도화선'
수도이전론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수도권과 충청 등 직접 영향권에 있는 서울, 경기도, 충남 등 광역단체장들이다. 대부분 대선 잠룡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먼저 이슈를 선점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잇따라 공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남 지사는 지난달 15일 양주시 송암스페이스센터에서 경기북부지역 국회의원, 시장군수간담회를 열고 "개헌 관련해서 추가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서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포함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기득권 구조 변화'와 '수도권 규제 문제 해결'을 꼽았다. 기득권 정치의 상징인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간의 재편 과정을 통해 기득권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청와대와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수도권은 경제 문화·관광 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야당의 '잠룡'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달 22일 세종시로 국회와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남 지사의 주장에 반응하면서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발전시키자는 뜻은 충남 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이 일정 정도 합의한 명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도권 단체장들과 더 힘을 모아 대한민국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질 높은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세종시가 새로 만들어진 뒤 정부청사가 옮겨져 행정 중심으로서의 수도 개념에 대해 시민들의 상식이 바뀌고 있다면 헌법재판소 결정도 바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도이전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최근 수도이전론에 동참하는 발언을 꺼냈다. 박 시장은 지난 5일 민선 6기 2년을 맞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합동기자회견에서 남 지사의 수도이전 주장에 "노무현 대통령 때 행정수도 이전했다고 서울시가 경제적 활력을 잃었나"면서 "서울이기주의자가 돼서는 안 된다. 서울은 비즈니스 수도로도 족하다. 미국 수도가 워싱턴이라고 뉴욕이 비즈니스 수도로서 역할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청와대 국회 이전보다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위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 때 행정수도 이전은 잘했다고 본다"며 "개헌이 된다면 헌법전문에다가 분권과 자치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수도이전에 긍정적인 언급을 한데 대해 남 지사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남 지사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님께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이전에 찬성하신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며 "서울시장으로서 쉽지 않은 입장표명을 해주신 데 대해 박수 보낸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 논쟁의 역사…노무현에서 이명박·박근혜까지
서울에서 세종으로의 수도 이전 이해관계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역사와 얽혀있다. 어느 한 명이 추진하면 다른 한 쪽이 어깃장을 놨고, 다른 한 명이 반대하면 또 다른 한 명이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박정희 대통령에서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 신행정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과밀화된 수도권 집중현상을 억제하고 낙후된 지방경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였다.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단 해석도 따랐다.
당선 후 노 대통령은 대통령 산하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발족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국회는 2003년 말 여야 합의에 따라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호응했다. 이에 따라 2004년 8월 정부는 연기군과 공주시 일부에 신행정수도 입지를 발표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발목이 잡혔다. 같은 해 헌재는 재판관 8대 1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수도이전은 국민투표로 결정하거나 헌법 개정사항이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헌재는 위헌 사유로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헌재의 위헌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환영했고, 특별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표심이탈을 우려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가 국민투표를 이슈삼아 노무현정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계획은 취소되고, 후속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설립이 추진됐다. 청와대와 국회는 남기고 정부부처만 옮겨 헌재의 판결을 피해가자는 것이었다. 이에 국회는 여야 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제정했다. 마찬가지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이번엔 각하 결정이 내려져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본래 계획이 바뀌기 시작했다. 개발규모를 줄이고 민간주도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충청권 출신인 정운찬 총리를 임명하고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수정안을 2010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변화에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 의원이 분노했다. 박 의원은 "정치는 신뢰다. 이렇게 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무슨 약속을 하겠나"라며 "(세종시의 자급자족 문제가 걱정된다면) 원안에 +α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수정안이 차기 대선주자인 박 의원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원안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된다. 2012년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이 이삿짐을 쌌다.
진상현 우경희 박소연 구경민 지영호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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