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정국 어디로] 독자 행보 불가능.. 국민의 명령은 '합의의 정치'

2016. 4. 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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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3당체제' 국회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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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부르짖던 시대는 갔다. 이제 여야 간 협치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20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지위를 얻은 새누리당(122석), 더불어민주당(123석), 국민의당(38석) 중 어느 한 쪽도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능력이 없다. 3당 중 2개 정당 이상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안 심의·확정권, 조약체결·비준동의권, 국정조사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등 국회의 입법·재정·국정에 관한 각종 권한도 무용지물이다. 20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험난한 4년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가 과거의 일방통행식 의회운영이나 발목잡기식 어깃장을 20대 국회에서 재연한다면, 국정마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협치의 지혜를 찾아낸다면,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
20대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복잡한 3당 체제의 정국 전망

여소야대와 3당 체제는 이미 국회 운영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새누리당은 납작 엎드린 채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

4.13 총선 참패로 당 대표직을 사퇴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을 마치고 국회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그 어느 때보다 대화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남은 19대 국회 임기동안이라도 3당이 모여 민생입법을 위한 6자 회담에 나서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1당 지위를 얻은 더민주도 국민의당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형제 당이고, 훌륭한 지휘자 아래 협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담당할 국민의당의 도움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의미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오른쪽)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당선자 대회 및 선대위 해단식에서 손으로 숫자 3을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간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극한 대립으로 식물·무능 국회 논란을 자초한 만큼 국민의당은 여야 간 완충제로 활약하며 국회 입법의 활로를 틀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민심의 향방에 따라, 때로는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거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더민주도 점차 자신의 지지 기반뿐 아니라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들고 협상테이블에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상호 외연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2017년 12월 대선, 2018년 6월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더 큰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3당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면 여야 간 대립구도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3당이 제각각 포퓰리즘에 치중할 경우 대규모 사회 분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손을 잡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서 정해놓은 쟁점법안 의결정족수(180석)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정치권은 민의를 따르는 어려운 길 대신에 밀실야합과 보복성 필리버스터를 되풀이하며 국회 공전 사태를 이어가는 암울한 시나리오가 등장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 네번째)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무조건 양보, 끝없는 소통이 해결책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여소야대는 이미 익숙한 정당구도라고 할 수 있다. 13대부터 16대 국회가 회기 전체 또는 일부씩 여소야대를 경험했다. 여소야대의 역사를 겪은 정치원로들은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3대 국회에서 제1야당의 원내총무를 역임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 패러다임을 원점으로 회귀하는 기초적인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이 대통령이나 당 권력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다수를 존중하면서 소수를 배려하면, 자연스럽게 민심을 따라가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합의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13대 국회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의 대변인, 4당 체제의 15대 국회에서 신한국당 원내총무로 대야협상을 주도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 전 의장은 “협상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기본”이라며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고 양보한다면, 맞은편에서도 내 얘기를 듣고 뭔가를 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장은 “물론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는 심정으로 끝없이 소통하면 오히려 의회 민주주의가 한 단계 격상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도 이미 여소야대는 진행형이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는 도내 6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중 40명, 도의원 128명 중 73명이 더민주 소속일 정도로 극심한 여소야대 형국이지만 연정을 통해 여야 간 큰 다툼이 없이 도정이 운영되고 있다. 채성령 경기도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남 지사가 선거 운동에 임할 때부터 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 야당 인사가 사회통합부지사로 임명되고 협치를 시작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며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설득하려는 끈기를 갖지 않는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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