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안철수식 '아재개그', 썰렁해도 깜짝놀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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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변하셨네요"일 것이다.
안철수 의원의 기준에서는 유머여도 일반인들 기준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아재(아저씨) 개그'만도 못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행사에서 안 의원은 추도사를 사양했다.
추모미사가 끝난 후 한 참석자는 기자들과 얘기하던 안 의원에게 큰 목소리로 "추도사도 안 하고, 왜 아무 얘기도 안 하셨나"라고 아쉬움 섞인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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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 고지식함 버리고 유연한 '정치인 안철수'로 거듭나는 과정]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변하셨네요"일 것이다.
우선 '강철수'(강한 안철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치 이슈에 대해 전에 없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의 혁신전당대회 요구를 문재인 대표가 받지 않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이후 이런 모습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또 하나 변한 것은 화법이다. 다소 고지식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 유머를 적절하게 섞은 말로 대화를 주도한다. 그의 유머는 '모범생 개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썰렁한' 수준이지만, 그를 오래 지켜봐온 사람들은 최근 화법을 두고 "깜짝 놀랄 정도로 변한 모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거 절친한 사람들에게만 하던 유머를 어디서나 구사하게 됐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그가 최근 구사한 '모범생식 썰렁 개그'를 몇 가지 모아봤다. 안철수 의원의 기준에서는 유머여도 일반인들 기준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아재(아저씨) 개그'만도 못할 수 있다. 현장에서 안 의원의 유머 화법을 직접들은 기자도 헛웃음 이상은 나오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회를 먹으니까 진짜 회식이네. 아유 썰렁해~" - 지난달 17일 저녁 광주광역시의 한 민어회 식당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다가. 질의 응답이 길어지자 보좌관이 "회를 앞에 두고 있으니 마지막 질문 하나만 받겠다"고 했고 안 의원은 회 접시를 물끄러미 보며 혼잣말로 이같이 말해. 이후 약 5초 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 "더 불어~터진 당. 안철수없당~" -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기자들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바뀐 당명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줄곧 "혁신에 실패한 당"이라고 말해왔다. 이제 자신이 없는 당이라는 것을 나름의 유머코드로 설명하기도.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머리는 언뜻 보기에는 미용실 머리는 아닌데. 이발소 머리던데요. 머리가 너무 커서 그런가?" - 역시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바뀐 헤어스타일을 얘기하던 중 한 기자가 "원유철 원내대표는 강인한 인상을 주는 스타일을 위해 항상 국회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더라"고 언급하자. 이후 정치인들 중 누가 가장 머리가 큰가에 대한 소소한 토론(?)이 벌어짐.
▷"본인 입으로 이야기할 땐 자기 이름을 제일 뒤에 넣어야 하잖아요. 그 생각부터 먼저 들었어." - 지난해 11월30일 광주의 한 주점에서 기자들이 "'문안박 연대' 제안을 문재인 대표에게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라고 묻자. 본인은 "농담"이라고 했지만 농담이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기자들은 "'문안박'이 아니고 '안박문', '박안문'이 됐어야 했나"라고 또 물었지만 답없이 웃음만. ▷"'이기자'는 이씨 성을 가진 기자분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자주 갖자는 말입니다. '아자아자'는 아주 자주 갖자." -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주점에서 건배사로 '이기자 아자아자'를 제안하며. '이기자'가 '이씨 성을 가진 기자'가 아니라는 그의 말을 일부 기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동석한 사람들에게 통역을 요청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기자 아자아자'는 안 의원의 18번 건배사.
비록 썰렁한 유머이지만 안 의원의 바뀐 화법에는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많다. 이같은 화법은 '고지식한 안철수'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정치인 안철수'로 거듭나는 과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사석에서의 유연한 태도가 공석으로까지 연결은 잘 안 되는 듯 하다. 지난달 30일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행사에서 안 의원은 추도사를 사양했다.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으며,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추도사 요청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추도미사였던 만큼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이었다.
추모미사가 끝난 후 한 참석자는 기자들과 얘기하던 안 의원에게 큰 목소리로 "추도사도 안 하고, 왜 아무 얘기도 안 하셨나"라고 아쉬움 섞인 말을 전했다. 안 의원이 "다른 분이 하시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고 다시 한 번 해명했지만 그 참석자는 "그렇다고 안 하시면 되나…"라고 말한 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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