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뢰폭발로 부상 곽 중사 어머니 "빚내서 치료비 내..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인가"

손덕호 기자 2015. 9.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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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아들이) 퇴원을 하려고 하니 치료비를 한 달치밖에 정부에서 못 준답니다. 중대장님이 적금을 해약해 대신 치료비를 내고 퇴원을 했는데, 21사단 감찰에서 중대장님한테 치료비를 (갚아) 줘야 되지 않느냐고 (아들에게) 압력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없는 돈에 빚을 내서 750만원을 중대장님께 드렸습니다.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 군에 보내 놨더니 병신만 되고 치료도 제 돈 가지고 해야 되고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였습니까.”

23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회의가 시작하자 마자 편지 한 통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6월 21사단 곽모(30) 중사는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가 폭발해 부상을 당했는데, 곽 중사의 어머니 정옥신 여사가 보낸 편지였다. 곽 중사는 4번의 수술을 받았고,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수술비를 포함한 치료비 1750만원 중 750만원을 자비로 부담했다. 정 여사는 편지에서 750만원을 빚을 내 갚았다면서, 지난달 북한의 지뢰도발로 다친 하재헌(21) 하사의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과 비교했다.

정 여사의 편지는 글씨가 삐뚤삐뚤하고 맞춤법도 군데군데 틀렸지만, 아들의 억울한 처지에 대한 절절한 호소가 묻어났다. 정 여사는 편지에서 “똑같이 위험지역에서 다쳤는데 말문이 막혔다. 누구(하 하사)는 매스컴 타니 기업에서 사회에서 모금을 해 주고, 나라에서 최대 예우를 해준다, 보상을 해준다, 훈장을 준다 하고, 연예인까지 도와 줬다. 대통령께서 직접 민간 병원에 있는 하 하사에게 위문 가셔서 위로금을 전달하고 돈 걱정 하지 마라, 나라에서 당연히 줘야 한다, 건강만 챙기라고 말하는 걸 보았다”고 적었다.

심 대표는 “정 여사는 이제 30살인 아들의 처지와 대비되는지 ‘세상에 이런 나라가 있느냐’고 묻고 있다. 저는 이 편지를 보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8월의 북한 지뢰도발 사건 전후로 DMZ에서는 이와 유사한 많은 지뢰사건이 있었는데, 유독 한 사람에게만 위로를 하고 나머지 같은 처지의 장병들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심 대표는 “오늘 저에게 온 정 여사의 편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잘못된 법과 제도가 있으면 빨리 고쳐주기 바란다. 나라를 위해 일한 사람들, 나라가 책임져라”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최근 국회에서는 지뢰 사건에서 하사 이상의 간부가 부상을 입으면 치료비를 보전해 주기로 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며 “이 편지에서 보듯이 기존에 사상을 입은 장병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국가가 이제라도 나서서 소급을 해서 치료비 지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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