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2주년..당 안팎 한계 속에서 을과 함께한 2년

박홍두 기자 2015. 5. 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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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출발한 지 2주년을 맞았다. 남양유업 불공정 거래행위로 고통 받던 대리점 업주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해 고공농성장 위 노동자가 싸우며 견딘 혹한과 설움까지, 영세·자영업자와 서민·중산층의 문제를 함께 해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불공정·불공평한 제도의 법적 개선까지 이어진 경우는 10건이 채 안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만큼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목표는 '미완'인 상태다. 반면 '을지로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새로운 목표는 이 때문에 오히려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11일 국회에서 2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을지로위원회 측 제공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2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간 을지로위원회는 현장에서 절박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만큼 국민의 삶의 문제가 절박했다"며 "해결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웠고 그래서 이길 싸움은 이겼다. 이것이 진짜 을지로위원회의 힘이다"라고 지난 2년을 자평했다.

김기식 의원도 "야당으로서 한계를 뚫고 성과를 냈다고 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가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처럼 을지로위원회가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2013년 5월 '남양유업 갑질'로 불린 대리점 불공정 영업 관행이 시작이었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사측의 대리점을 상대로 한 제품 강매, 직원들의 폭언 등이 드러났다. 시민단체 등과 함께 싸운 이 투쟁에서 그들은 '을의 첫 승리'를 기록했다. 사측의 대국민사과와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편의점 가맹사업 거래 공정화를 이루도록 입법화를 이룬 건 큰 성과 중 하나다. 한 동네에 수십 곳 이상 가맹점을 내주면서 편의점 업주들에게 24시간 영업을 강효가고 인테리어 개선 비용 등을 덮어씌우던 불공정 관행을 막는 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동네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하는 편의점이 생겨나고 가맹점주와의 관계도 공정하게 바뀌었다.

이 밖에도 '불법 채권 추심 방지법' '슈퍼갑 일감 몰아주기 제한법'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등도 위원회가 입법에 앞장선 결과물로 꼽힌다.

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인천공항공사, 씨앤앰, 태광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노동자들이 싸우는 현장에도 항상 출동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서울 광화문 전광판 위에서 50일간 고공농성을 하고 177일간 노숙농성을 한 케이블방송업체인 씨앤앰의 노사 합의의 뒤에도 위원회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원회는 노조가 요구했던 해고자 복직, 고용 안정, 임단협 체결 등을 사측과 협상하는데 있어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함께 노숙을 하며 그들의 얘기를 사측에 전했다.

이름을 알리자 여러 곳에서 '을'들이 위원회를 찾아왔다. 우 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비정규직 관련 토론회나 간담회를 하면 그 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모여와서 하소연을 하고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원회 자체가 세상을 향한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자평이다.

위원회는 2년간 현장방문 119건, 토론회(간담회) 254건, 기자회견과 사례발표 200여건, 법률상담 100여건을 했다. 총 일정만 737건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김기식 의원은 "대형마트 유통업체 관련 대기업들과 불공정 거래내역 등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석 달간 대기업 내역을 모조리 분석했다"며 "오히려 이를 통해 그 기업의 계약서 체계 전체를 개선해 준 효과가 나와서 그 기업으로부터 '법무법인에 줬으면 수십억원 줘서 했어야 하는데 공짜로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 "한국의 10대 재벌 등 웬만한 대기업은 다 찾아간 것 같다"며 "대개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은 협의를 통해 해결을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은 "우리가 원청업체로부터 '법적 책임이 없는데 왜 괴롭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법적 책임 없는 곳을 찾아가 함께 싸워 주는 데 우리의 역할이 있고 또 거기서 우리가 평가를 받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모자라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개혁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열심히 나섰지만 실질적인 입법 성과는 아쉽다는 평가다.

위원회는 지난 2년간 500건 이상의 청원사건을 지원했지만 이러한 활동이 법안 통과로 이어진 경우는 9건에 그쳤다.

당 안팎의 한계도 여전하다.

당내에선 선거에만 위원회의 이름을 활용하고 평상시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을지로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우 위원장은 "당 대표 경선 때 후보들이 모두 다 을지로위원회를 하겠다고 내세웠지만 경선이 끝나고 나니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원회가 바닥에서 성공하고 있으니까 그 이미지는 채용하면서도 일상적인 당내 활동으로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금의 최고위원들과 (문재인) 대표에게도 섭섭함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 활동에 대한 지지가 일선 현장에선 많지만 새정치연합 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말한다.

위원회 자체가 '좌클릭 행보'라는 일각이 느끼는 부담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일각에선 노동·인권에 신경쓰는 것을 좌클릭으로 보고 선거에 이기려면 중도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는 터다.

우 위원장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냐 우냐 중도냐를 두고 논쟁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한심하고 편한 사람들아니냐"고 말했다. 은 의원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확고한 지지층 덕에 좌클릭을 할 수 있었듯이, 당이 우선 지지기반을 확고히 한다면 위원회 활동으로 자영업자 등 지지층을 확장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을지로정당이 되겠다'고 나섰다. 민생정당으로서 전당적인 실천을 위해 각 지역위원회 산하에 지역을지로위원회를 만들고 지역별 활동을 해나가는 식이다. 김 의원은 "우리를 보고 '정치를 해라. 왜 시민단체처럼 하냐'고들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이 속된 말로 쇼하고 연출하고 일부러 각을 세우고 쟁점을 만드는 것으로 인식돼 있는데, 뚝심있게 을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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