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찍은 남자 1호·여자 3호는 끌려다니는 민주당이 밉다

2013. 12.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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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도권 30대 7명 심층좌담

싸우는 것보다무기력한 대응이 문제문재인 찍었다고 당 지지한다 착각안철수 신당 나오면 반토막 날 수도종북 프레임 제대로 대응 못할 땐제1야당 존재감도 더 위축될 것

1년 전, 야당의 단일 대선후보로 나선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48%를 득표했다. 득표수(1469만표)로는 경쟁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선에서 두번째였다.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야권연대에 협조한 진보정당의 지지자까지, 야권 성향의 표란 표는 죄다 그러모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권으로선 절통한 패배였음에도, 그 뒤 1년간 민주당 등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한겨레>는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에게 투표한 30대 수도권 거주자 7명한테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를 듣는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을 열었다. 수도권 30대는 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좌담 참석자 가운데는 문 의원 지지자는 물론 안 의원과 진보정당 지지자도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서 진행된 좌담에선 공정한 의견을 듣고자 참석자들에게 언론사 주관 조사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개인 신상 보호를 위해 참석자들은 모두 익명으로 적는다.

민주당의 좌고우면하는 모습과 지지부진한 지지율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심층좌담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끌려다니고만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남자 2호는 "(야당은)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더라도 임팩트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심리가 있는데, (민주당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끌려가는 축구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자 3호도 "싸움만 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남자 1호는 "국회의원이라면 국회에서 싸워야지, 쟁점이 맞지 않는다고 밖에서만 돌고 있으면 민주당에 실망감만 나타난다. 국회 밖에서 싸우면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방식의 싸움'을 주문했다.

민주당이 20% 안팎의 지지율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좀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남자 3호는 민주당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의 정당"이라며 "엔엘엘(NLL) 사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채동욱 사건 등 중요한 이슈를 주도하는 건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그 이슈를 끌고나가면서 야권을 공격하는데 민주당은 소극적이고 피동적으로 질질 끌려다닌다"고 했다. 그는 "질질 끌려다닌다는 건 패배를 의미하는 건데, 나쁘게 얘기하면 찌질해 보이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좋게 보겠느냐"며 민주당을 혹독하게 성토했다.

여자 3호는 "민주당은, 우리가 문재인을 찍었기 때문에 민주당도 지지할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민주당(지지율)이 반토막이 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내 또래 사람들은 '당'만 본다면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 여자 1호는 "보수가 싫은 사람, 새누리당이 싫은 사람이 할 수 없이 민주당을 찍는다. 민주당의 골수팬이 아니다"라고 했고, 남자 1호는 "그런 경우가 많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종북 프레임'으로 야당을 옭아매려는 새누리당의 전술에 민주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제1야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더욱 위축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을 박살내려고 계속 이념 문제만 갖고 나온다"(여자 1호), "새누리당이 더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여자 3호), "보수 세력이 볼 때 민주당은 '노무현, 친노 세력, 좌파 세력, 빨갱이 세력' 프레임에 갇혀 옴쭉달싹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 1호는 "민주당도 거기에 대해 '우리는 아니다' 하는 정책을 뚜렷하게 내세우지를 못하고 있다. 누군가 구심점을 잡아 자신들만의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대응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민주당 지도부에 별다른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여자 3호는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다. 혁신적이지 않다"고 했고, 여자 1호는 "별로 기대는 안 한다. 신선하지 않다. '개혁적이다. 뭔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남자 2호는 "카리스마가 없는 것 같다. 뭔가 확 바뀌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남자 3호는 "(민주당에) 인물이 없다는 한계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나마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김한길 대표"라고 말했다.

시계바늘을 되돌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를 묻자 참석자들은 제각기 다른 분석을 내놨다. 여자 1호는 "민주당이 문제가 무척 많다. 개혁을 하려고는 하는데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면서도 "어떻게 서민 사는 곳에서도 집권당이 이길 수가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 국민 의식 자체도 매우 문제다"라고 했다. 반면 남자 3호는 "민주당이 못했다기보다 여권과 보수세력이 워낙에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인정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세력이 똘똘 뭉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텔레비전 토론회 때 (이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씨개명한) 다카키 마사오 이야기를 하면서 기득권층은 민주당에 대한 의심과 의혹, 반발심이 많이 생겼고 결집력을 강화시킨 것 같다"고 했다. 남자 1호는 "50~60대가 결집한 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 즉 '이나마 우리나라를 키운 게 누군데' 하는 생각"이라고 했고, 여자 3호는 "'386세대', 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민주화를 외치던 50대의 표심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성찰과 진단은 활발했지만, '미래'를 만들어갈 방법을 놓고는 참석자들도 뾰족수를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남자 2호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슈를 만들어내고 관심을 만들어내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남자 1호는 "야당은 너무 많이 찢어져 있다. 민주당 이미지가 더 나빠진 결정타가 지난 총선 때 통합진보당과 결합한 것인데, 이제 어느 정도 떨쳐낼 것은 떨쳐내고 새누리당과 맞붙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을 배제한 야권연대'를 언급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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