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트윗글 5만5000여건, 0.02% 불과" 새누리의 '본질 호도'

이용욱·유정인 기자 입력 2013. 10. 23. 22:47 수정 2013. 10. 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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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개입' 불길 차단, 청와대와 인식 공유'친노 검사' 낙인 찍고 사라진 검사동일체 들먹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국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후부터 지금까지 야당과 시민단체의 진상 규명 주장을 '대선 불복' '색깔론' 등을 내세워 정치공세로 흐리고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 불똥이 현 정권으로 튀는 것을 차단하려는 청와대와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1) 국가기관 선거개입 심각성 무시

최경환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극히 미미한 양의 댓글로 대선 판도가 바뀐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대선불복 프레임과 맞닿아 있다"면서 "5만5000여건 트윗 글은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된 2억8800만건 가운데 0.02%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쉽게 말해 '좋아요' 같은 반응인데, 조직적 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말했다.

수치가 미미하니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댓글이 한 개가 나와도 (권력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려 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그렇게 나올수록 흠집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친노 프레임 가두기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2003년 광주지검 검사로 특채된 윤석열 여주지청장, 2003년 경찰 경정으로 특채된 권은희 송파서 수사과장, 통합진보당 경선 대리투표를 무죄 판결한 송경근 판사는 2004년 대전고법 판사로 특채된 인물"이라며 "노무현 정부 당시 특채된 인사들로 연관성이 있어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지청장에게 '친노(親盧) 딱지'를 붙여 반노 세력의 거부감을 끌어내겠다는 이분법적 발상이다.

사실관계도 다르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김대중 정부 후반 심상명 법무장관 때 검찰에 특채됐다"고 반박했다. 윤 지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3) 검사동일체 원칙의 왜곡

검사 출신인 김재원 전략기획위원장은 22일 국감대책회의에서 "수사지휘권과 검사동일체 원칙은 어디 간 것인지. 기본 원칙을 망각하고 스스로 정의의 화신인 양 말할 때 국법질서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전국 검사들이 상사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복종토록 한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청법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검찰 고위간부가 수사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통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3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동일체 삭제 등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상관 명령에 복종' 조항을 삭제하고 '부당한 지휘·감독에 이의제기권'을 신설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황우여 대표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 각자가 단독관청 역할을 하기에 준사법기관이라 하는 것"이라며 "10년 전에 없어진 원칙을 거론하며 절대적 명령과 복종 의무가 있는 조직처럼 얘기해선 안된다"라고 했다.

(4) 과거를 덮자는 제안

황우여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제까지 대선 주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있어야겠느냐. 꿈과 비전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정치로 옮겨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대선이 끝나고 10개월이 되도록 대선 패배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꿈을 꾸는 '몽매지간(夢寐之間)'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했다.

과거의 잘못을 덮자는 주장이다. 윤평중 교수는 "국면의 위중함과 심각성을 덮으려는 것"이라며 "책임있는 정부·여당이라면 이 문제를 덮을 게 아니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현상을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미래로 가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확실히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5) 색깔론, 수사기밀 유출, 인물 폄하

유기준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을 두고 "이를 가장 좋아하고 기뻐할 조직은 북한일 것"이라고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올린) 2233건만 직접적 증거로 제시됐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직접적 증거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연일 수사기밀 유출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김태흠 대변인은 윤 지청장에 대해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정치검사가 검찰사무법규와 절차를 무시한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라고 했다가 동료 의원으로부터 "내가 아는 한 최고의 검사다. 소영웅주의로 몰지 말라"(박민식 의원)는 핀잔을 들었다.

<이용욱·유정인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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