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한 축소' 거론 와중에..되레 '사이버 사찰' 길 터줘

2013. 7. 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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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 '사이버안보 대책' 발표

공공영역 이어 민간부문까지국정원에 과도한 권한 우려"투명성 확보 장치 선행돼야"

정부가 4일 발표한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을 두고,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부문에까지 정보수집의 양날개를 달겠다는 국가정보원의 '숙원'이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영역의 사이버안보 업무를 맡고 있는 국정원은, 그동안 민간부문까지 자신들의 관할 아래 두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전국적인 국내 정보 수집망을 통한 불법사찰을 일삼아 온 국정원이 사이버안보를 빌미로 민간부문에 '합법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위협은 공공과 민간의 구분이 애매한 만큼 두 영역을 포괄하는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는 정치권과 전문가그룹, 시민단체에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왜 다른 기관들을 다 제쳐두고 불법사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정원을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낙점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설령 국정원에 실무총괄을 맡기더라도 '빅브러더'가 되지 않게, 투명성을 확보할 관리·감독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책은 '즉각적인' 사이버위협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돼 있다. 수평적인 기존의 협력체제로는 원활한 정보 공유와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정원을 중심에 놓고 보고·지휘 종합체계를 세우겠다는 발상이다. 문제는 실무총괄을 명분으로 국정원에 제공되는 민간부문의 사이버 정보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활용되고 폐기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도 동일한 법안이 좌절된 데는 국정원이 개인정보를 오용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사이버위기관리 활동을 견제·감시할 수 있는 감사기구를 두도록 법으로 명시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이버안보비서관' 등의 직함으로 운영될 청와대 컨트롤타워가 공공-민간 전 영역의 사이버정보를 틀어쥔 국정원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컨트롤타워는 실무총괄을 맡을 국정원과 관련 부처·기관들 사이의 원활한 업무 협조를 이끌어 내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정원 위에 청와대'가 있다고 해서 사이버 민간정보의 오·남용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과거 '북풍 사건' 때도, 지난해 '댓글 사건' 때도 한결같이 대통령 직속기관이었지만, 결국은 '탈선'했다.

서상기 위원장은 "국정원이 직접 민간부문을 조사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원의 실무총괄 기능 역시 평상시가 아닌 사이버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이버사찰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의 실무총괄 기능을 찬성하는 쪽은 "이미 국정원이 실질적인 컨트롤타워이고, 정보 수집·분석 능력에서도 가장 앞선다"고 말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정보보호정책과 오승곤 과장은 "민간에서 다룰 수 없는 국가기밀사항과 관련된 사이버안보 업무를 맡아온 국정원이 공공과 민간을 포괄하는 실무총괄을 맡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칸막이' 없이 정보를 활용하는 정보기관의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나 국무총리실, 또는 제3의 기관을 만들어 실무총괄 기능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3월20일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상망을 마비시킨 사이버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테러 대응 조직이 국정원·경찰청·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컨트롤타워 수립을 지시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검찰 수사결과는 이번 정부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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