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는 '정략적 짜깁기' 박근혜정부는 '의도적 왜곡'

2013. 6.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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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상회담 발췌본 2개 비교해보니

2009년본, 정상회담 성과 폄하 목적2013년본, 없는 내용까지 넣어 비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이명박 정부 때 한 차례 짜깁기된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 와서 더욱 심하게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30일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5월에 만든 발췌본(이명박 정부본)과 지난 20일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8쪽짜리 발췌본(박근혜 정부본)을 대화록 전문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먼저 이명박 정부본은 "6·15 및 10·4선언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전파하여, 북한·좌파의 전면 이행 주장을 제압하고 우리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부각해 나가겠음"이라고 적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정략적 목적에서 만든 것이다. 대화의 전체 문맥을 거두절미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뽑거나 짜깁기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본은 "엔엘엘은 국제법적 논리적 근거가 분명치 않고, 헌법문제도 절대 아님.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음"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는 대화록 41쪽(오전 회담)과 74쪽(오후 회담)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마치 한 문장인 것처럼 엮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본은 이를 나눠 페이지별로 수록해 놓았지만, 편의대로 필요한 대목만 늘어놓았다. "엔엘엘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라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명박 정부본과 박근혜 정부본 모두에서 아예 삭제돼 없다.

6자회담과 대미관계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본과 박근혜 정부본은 "북측 입장을 변호해왔다"는 대목만 부각시켰을 뿐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의 6자회담 적극 참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전후 맥락은 잘라냈다. 즉 '북 변호'를 언급한 뒤 노 전 대통령이 북한에 "미국하고 적대관계, 관계정상화를 풀어야 되고요. 일본하고도 아니꼬와도 문제를 풀고 가야 합니다"라고 촉구한 부분이 있음에도 뺐다.

정상회담이 굴종과 비굴의 저자세로 일관했다고 몰아붙인 것도 전형적인 왜곡이다. 이명박 정부본에서는 "남측은 데모가 너무 자유로운 나라라서 모시기도 그렇게…우리도 좀 어려움이 있음"과 "임기 마치고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하게 할 수 있게…"를 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하고, 회담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려는 발언을 "국익 저해, 국가위신 추락"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명박 정부본이 있는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데 비해 박근혜 정부본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 저자세라고 공격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노 전 대통령에게 6자회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한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감사한 것을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왜곡했다.

또 박근혜 정부본은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대화록 전문에 없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전문엔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하고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69쪽), "위원장께서 지금 승인해주신 거죠"(74쪽), "내가 받은 보고서인데 위원장께서 심심할 때 보시도록"(102쪽)으로 돼 있는데, 박근혜 정부본은 이 세 문장을 발췌하면서 모두 "위원장님"이라고 호칭을 바꿔 적었다. 또 아리랑 공연과 관련한 대목(3쪽)과 서해 평화수역과 관련된 부분(18쪽)의 대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모두 "나"라고 지칭했음에도 박근혜 정부본은 "저"라고 바꿨다. 이를 두고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실수라기보다는 의도적 왜곡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화록 전문에선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부분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서로 존중하는 대목에선 각각 "위원장님" "대통령님"이라고 몇 차례 부르기도 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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