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포기란 단어, 대화록에 있나" 묻자 남재준 "답변 않겠다"

강병한 기자 2013. 6. 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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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보위 전체회의남 "야당이 공격해 공개".. 여야 합의 조건도 부인

25일 오후 8시쯤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원 비공개 전체회의.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마지막 질의자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물었다. "사퇴할 의사는 없는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남 원장은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는 개회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오전 10시10분쯤 정 의원이 정보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이 원세훈 (원장) 체제에서는 선거 개입, 매표 쿠데타를 했고, 남재준 (원장) 체제에서는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 쿠데타를 하고 있다." 동행한 김현 의원은 "국정원은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이번 일을 주도한 서상기 정보위원장실로 가지 않고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위원장과는 대면도 하기 싫다는 항의의 뜻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수행차 회의실 앞에 포진해 있던 10여명의 국정원 요원들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오전 10시15분쯤 남 원장과 한기범 국정원 1차장이 출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시작된 회의는 오전과 오후 두차례 회의를 거쳐 오후 8시쯤 끝났다. 정청래 의원과 새누리당 조원진 간사는 회의 후 서로 간의 불편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 따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만큼 야당 의원들은 남 원장을 향해 파상 공세를 펼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국익을 위해서 공개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따졌다. 남 원장은 "국익이 아니라 국가안위를 위해 공개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재차 "전임 원세훈 원장은 국익을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반박하자, 남 원장은 "원 전 원장과 제가 생각하는 국익이 다른 것 같다"고 맞섰다. 다시 김 의원이 "그렇다면 감정적으로 홧김에 공개한 것 아니냐"고 하자, 남 원장은 "제 나이 70이다. 홧김에 한 것 아니다"라고 했다. 남 원장은 "(공개는) 정치 개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국정원이 매도돼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공개했다"고 거듭 밝혔다.

정 의원은 "이런 식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영유권 발언, 쇠고기 협상,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회의록도 공개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그것과 남북관계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현 의원 등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박 대통령과 상의했는지 여부를 집중 캐물었다. 남 원장은 이를 부인하며 "딱 세 번 만났다. 임명장 받을 때, 안보관련장관회의 두 번이다. 전화 통화한 적도 없다"며 단독 행위임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다만 "박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처럼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야당 의원이 "이스라엘 모사드는 정치 개입을 하느냐"고 따지자 남 원장은 "그것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집요하게 "NLL 포기라는 말이 대화록에 없지 않으냐"고 따졌다. 남 원장은 "제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다. 의원님들이 보시면 알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남 원장은 원세훈 전 원장의 기소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 국정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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