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문재인, 안철수 지지자 '조문'해프닝, 초라한 진영정치의 한 단편

강병한 기자 입력 2013. 6. 9. 13:42 수정 2013. 6. 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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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때아닌 '조문 파동'이 있었다. 이 소동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모인 고 김윤남 여사 조문을 놓고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 벌어진 온라인 상호 비방전을 말한다.

발단은 다음과 같다. 안 의원은 6일 이건희 회장의 장모이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모친인 고 김윤남 여사 빈소를 방문했다.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안 의원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문 의원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었다. 문 의원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문 의원과 안희정 지사과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보고 삼성 장학생이라 했었죠? 그런데 삼성가 조문은 우리 빼고 다 갔던데요"-문재인, 안희정'이라고 올렸다.

"안철수의 새정치의 본질이 드러났다" "삼성 X파일 폭로의 주역인 노회찬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놓고 삼성가 조문을 가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문 의원이 7일 고 김윤남 여사 빈소를 방문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번에는 안 의원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일제히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 우리들이 하면 불륜이냐""문빠들의 행패가 도를 넘었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이에 맞서 "문 의원의 조문과 안 의원의 조문은 다르다"는 반박도 이어지면서 양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적인 공방전이 이어졌다.

조문은 말 그대로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를 위문하는 행위다. 안 의원과 문 의원의 조문 역시 이같은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문빠'와 '안빠'로 불리는 극렬 지지자들은 조문조차 정치적 이해득실의 문제로만 바라본 것이다. '우리 편만이 옳다'는 지독한 독단이다. '우리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정의고, 우리편에 도움이 안되면 악'이라는 단순한 진영논리의 극치다.

야권 일부 지지자들의 이같은 '마니교적' 진영 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정의'의 가면을 쓴 몰상식일 뿐이다. 그런 형태는 각 진영의 정치적 확장성에도 불리하다. 범개혁진영에서도 현실과 거리가 먼 진영논리가 만연화된 느낌이다.

이같은 야권 성향 누리꾼들의 형태가 지난해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혼돈을 길을 걷고 있는 야권의 초라한 현실과 맞물리면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만일 안 의원의 '새정치'가 실체가 있다면, 문 의원이 언급한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가 있다면 최소한 이같은 지지자들의 진영주의를 극복하는 것일 것이다.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타 진영 공격을 반복하는 지지자들은 정치인에게는 독이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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