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들 "낙선" 위협.. 무릎 꿇은 의원들 법안 철회

송윤경 기자 2013. 5. 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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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사법경찰권 골자 '감독 강화' 하려다 자진 후퇴

새누리당 ㄱ의원은 지난달 초 같은 당 이운룡 의원(비례대표)이 어린이집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려는 사실을 알고 공동발의자로 참여키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위생감시원'처럼 세금 지원이 많은 어린이집을 감독하는 공무원에게도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이었다. 그간 어린이집 원장들의 직원급여 착복, 특별활동비 리베이트 등이 문제됐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많은 터였다.

뜻밖의 강한 저항은 지난달 17일 법안이 정식 발의된 뒤부터 벌어졌다. 한국어린이집연합회 등 조직으로 묶인 어린이집 원장들이 법안 철회를 목표로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ㄱ의원의 지역구사무실을 항의방문하고 의원사무실엔 업무가 힘들 정도로 전화해 욕설을 해댔다. 이들은 "법안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낙선운동을 하겠다. 지역구에서 우리의 힘을 무시하다간 큰코다친다"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알고보니 ㄱ의원뿐 아니라 공동발의한 의원 13명 모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협박이 계속되자 ㄱ의원은 발의자 명단에서 빠지기로 결심했다. 국회법상 한번 발의된 법안은 발의자를 한 명이라도 빼려면 법안 자체가 철회돼야만 한다. ㄱ의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보좌진에게 법안이 철회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빠지도록 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 법안은 제출된 지 16일 만인 지난 3일 철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육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조직적인 압박을 받아 법안을 자진철회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양천경찰서에서 어린이집들이 특별활동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대거 적발돼 정부도 보육감시 공무원에게도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면서 "여당 의원들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지지부진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의 어린이집 감시인력과 권한은 부족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예·결산 자료를 허위로 작성하고 리베이트·담합·임금착복 등을 숨겼을 경우 계좌추적이 불가능해 정확한 확인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어린이집의 부정행위는 날로 광범위해지고 있다. 2010년에 보조금 허위청구 등 행정처분을 위반한 어린이집은 924군데이고 환수금액도 71억원에 달했다. 2011년 적발된 어린이집은 1230곳으로 늘었다.

현재 사법경찰권은 산림보호·식품단속·철도공안·소방·공중위생·원산지표시 등 47개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부여돼 있다. 이들은 검사 지휘를 받아 해당 직무범위 내에서 수사를 벌일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심선혜 의장은 "사법경찰권만으로 단속효과가 있을지의 논란도 있다. 우리는 어린이집 원장을 견제하는 지자체 내 위원회 조직을 더 강화시키자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여기에 무릎꿇는 국회의원들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이운룡 의원은 "발의자 명단을 조정하고 어린이집과 학부모 등 각 관계자와도 협의해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알려왔습니다]

경향신문 5월6일자 1면 '어린이집 원장들 낙선 위협··무릎 꿇은 의원들 법안 철회' 기사와 관련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협회 차원에서 어린이집 원장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행동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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