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내부출신 CEO 없다니..금융공기업의 굴욕

2012. 10. 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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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금융공기업 역대 CEO들 모두가 낙하산 낙하산 비효율 심각.."조직 파악에 1년 걸린다"

11개 금융공기업 역대 CEO들 모두가 낙하산

낙하산 비효율 심각.."조직 파악에 1년 걸린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신재우 박초롱 기자 =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 퇴직 후 금융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직을 싹쓸이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들은 업무 파악에만 1년을 허비하면서 조직에 부담을 주고, 직원들은 평생을 근무해도 최고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에 심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에 관료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하고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장추천위 기능 마비 속 `보은인사' 속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과 특수은행의 역대 최고경영자(CEO)의 절반가량이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 출신이었다.

모피아는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와 이탈리아의 범죄조직 `마피아'의 합성어로 경제 관료들이 마피아처럼 세력을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 소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데이터, 코스콤, 거래소, 예탁결제원과 기획재정부 소관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및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14곳의 역대 CEO 196명 중 순수 내부출신은 6명(3%)에 불과했고, 기재부 출신은 92명(47%)을 차지했다.

기재부에서 넘어온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까지 계산하면 모피아 출신은 104명으로 전체의 53.1%에 달한다.

거래소와 기업은행, 캠코를 제외한 11개 기관은 한 번도 내부 출신 기관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른 구성원들의 박탈감도 심해지고 있다.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58년간 한 명의 내부 행장도 배출하지 못하는 등 14개 기관 중 11곳이 그동안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CEO뿐만 아니라 경영진 구성에서도 내부 출신은 모피아의 `보은인사'의 희생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의 등기이사는 7명이지만 내부 출신은 1명에 불과하다. 코스콤은 지난 몇 년 간 전무가 1명에서 3명으로 늘었고 그 중 한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김종수 노조위원장은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낙하산 인사가 더 심해져 직원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며 "작년에는 등기임원 중 거래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어 본부장들까지 나서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무ㆍ조직문화 파악에 1년 걸린다

공공 금융기관 구성원들은 정책 관료가 CEO로 취임하면 임기의 3분의 1은 업무를 파악하는 데 소비한다고 비판한다.

기관 고유의 업무를 모른 채 `낙하산'으로 취임하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실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IT 전문 기관인 코스콤의 역대 사장 12명 중의 7명이 기재부 출신이었고, 증권 전문 기관인 거래소도 역대 사장 35명 중 기재부 출신이 17명이었다.

이러다 보니 "낙하산을 보내더라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는 웃지 못할 하소연까지 나온다.

한 특수은행 관계자는 "관료들이 정책 전문가지만 조직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 어렵고, 실제 여러 은행에서 낙하산 사장이 조직 내에서 융화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이 2대에 걸쳐 행장을 역임하게 되면서 `숙원'을 이뤘다. 기업은행에 대한 외부의 부러움은 상당하다.

다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조 행장이 행원으로 들어와 행장까지 됐기 때문에 업무뿐만 아니라 직원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료 등 외부인사가 조직의 혁신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료가 공공기관에 가더라도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 및 추진력이 장점이 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추천위 정상화ㆍ공직자윤리법 개정 필요

경제계를 장악한 모피아의 낙하산 보은인사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업무 연관성이 있는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공공기관의 한계 때문에 그동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유명무실한 사장추천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추위가 경제 관료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가장 합당한 후보자를 추천하고 금융위가 임명 또는 제청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추위에 참여하는 사외이사 등 위원들이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원은 "사추위 구성 문제는 제도로 해결되지 않으니 정치권이 신사협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연구원은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이 공기업 사장으로 낙하산을 내리지 않겠다는 약조문을 국민에게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들이 사기업에 진출하는 것은 막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은 민간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데 관료가 되면 정부와의 인연을 이용해 공정 거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대 김상조 무역학과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의 세부규정을 마련해 공공기관의 성격에 따라 퇴직 관료의 취업 가능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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