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주장하는 인혁당 '다른 증언'은 1차 사건과 혼동한 듯

이지선·임지선 기자 2012. 9. 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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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진·안병직 발언 의식한 듯 "두 개의 판결"'역사적 사실'에 인식 오류.. 자질 논란 불가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11일 인민혁명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관련자들의 증언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로선 사법부의 재심 무죄 결정을 존중하더라도 인혁당 사건의 실체적 성격에 대해선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다른 증언'을 근거로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박 후보가 구체적으로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의 최근 증언"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친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과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박범진 전 한성디지털대 총장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증언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2010년 출간한 학술총서 <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 > 에서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입당할 때 문서로 된 당의 강령과 규약을 봤고 북한산에 올라가서 오른손을 들고 입당선서를 한 뒤 참여했다"고 언급했다.

안 교수는 2011년 저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1차 인혁당 사건의 경우 인혁당이 자생적인 공산혁명 조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1975년 4월 대법원이 사형 선고를 내린 2차 인혁당(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의 경우에는 조직의 실체는 있었지만 거의 한 일이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가담자 대부분이 사형을 선고받은 것은 과도한 처벌이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확실하게 그 실체를 인정한 사건은 1차 인혁당 사건이라는 데 있다. 1차 인혁당 사건은 2차 인혁당 사건과 달리 유신시대가 아닌 1964년 중앙정보부에서 청년 57명을 잡아들인 것을 말한다. 1차 인혁당은 조작과 실제라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2차 인혁당의 경우는 조작 사건으로 인정돼 2007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후보가 1차, 2차 인혁당 사건을 혼동해 인혁당 사건에 대한 인식의 근거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박 후보가 인혁당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역사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한 것은 1차 인혁당과 2차 인혁당 사건을 혼돈한 때문인 듯하다"며 "만약 박근혜 후보가 2차 인혁당 사건도 논란이 있으니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했다면 이는 대법원 무죄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박 후보는 자신의 언급이 1차 인혁당인지 2차 인혁당 사건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 전 총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내가 실체를 언급한 것은 1차 인혁당 사건이고 2차 사건은 전혀 모른다"며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의 재심에 대해선 내가 이야기하거나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두 사안이 섞여서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차 인혁당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엄청나게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며 "처벌 과정 등이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점이 있었다. 재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혀 근거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1차, 2차 인혁당 사건을 혼동한 채 통칭해 인혁당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면 자질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역사적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문제에 과잉반응한다는 지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이지선·임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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