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실관계마저 호도..자기신념에 갇힌 박근혜

2012. 9. 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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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 조직에 있던 분들 여러 증언…역사에 맡겨야"박범진·안병직 '1차 인혁당'에 대한 발언 바탕으로2차사건 '사법살인' 재심판결 정당성 거듭 부인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역사적 사실을 호도하면서까지 '인혁당 사건'에 무죄를 판결한 법원 재심의 정당성을 거듭 부인했다.

박근혜 후보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인혁당 사건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발언은 박범진 전 의원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1차 인혁당 사건 관련 증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박 후보 발언의 취지는 법원에서도 상반된 판결이 있었고 얼마 전 박범진 전 의원과 안병직 교수가 '그 안에서 활동했었는데 조작이 아니다'라는 양심선언을 하는 등 종전 판결로 회귀되는 듯한 진술이 나온 것 등에 비춰 정쟁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역사 판단에 맡기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진 전 의원은 2010년 학술집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에서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안병직 교수는 이듬해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좌익운동을 중심으로>라는 책에서 인혁당은 자생적인 공산혁명 조직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박범진 전 의원과 안병직 교수가 언급한 사건은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으로,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인혁당 재건위 사건)과는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박 후보가 '사법살인'으로 불린 2차 인혁당 사건과 전혀 무관한 박범진 전 의원 등의 발언을 근거로 2007년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재심 무죄 판결의 정당성을 재차 부인한 것이다.

박범진 전 의원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말한 것은 60년대 사건(1차)"이라며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건으로 내가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안병직 교수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실체에 견줘 가혹한 처벌이었기 때문에 민주화 시대에 재심이 이뤄져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가 역사적 사실을 호도해 대법원이 '정권의 시녀' 구실을 하던 유신 시절의 재판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권고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원장 출신인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는 "사실관계 가운데 법원의 재심 판결이나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 참고해야 할 부분은 애써 무시하고, 자체로는 공신력이 없어 신뢰가 가지 않는, 어쩌다 듣게 되는 이야기에 무게를 싣는 게 박근혜 후보 특유의 화법인 것 같다"며 "자기에게 우호적 집단 안에선 '잘한다' 할지 몰라도, 상대를 설득해서 믿도록 해주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후 농촌지도자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물론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또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도 '인혁당 관련자들의 새로운 증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이야기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하니까 그런 걸 다 종합할 적에 다 역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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