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드 재검토해야" 金 "개인 의견일 뿐"

정우상 기자 2016. 7. 14.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민주, 사드 놓고 균열 양상] - 문재인, 사실상 반대 고심끝 '반대' 대신 '재검토' 표현.. 올초 "사드 한심" 보다 크게 완화 - 김종인, 신중론 유지 "文 발언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재검토하란다고 그게 되겠나"

더불어민주당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논란에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가세했다. 반대론과 신중론의 중간 의견이었다. 김종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도 "찬반(贊反) 논쟁은 실익이 없다"며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의 노선 갈등 양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文, '반대' 대신 '재검토' 요구

문 전 대표는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반대'와 '재검토' 표현을 고민하다 "반대를 주장하면 당과 정면 충돌로 보일 수 있다"며 '재검토'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안보에 관한 정부 결정은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드는 득실이 교차하는 문제"라며 자신이 전면 반대는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을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익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 "위기의 본질은 북핵 문제인데, 대응 수단 중 하나인 사드에 매달려 북핵 해결은 어려워지며 국론이 분열되고 국제 공조를 위태롭게 만드는 등 안보의 무능을 보여줬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므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문 전 대표의 성명은 올해 초 사드 배치에 대해 "한심하다"고 했던 것에 비해선 크게 완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본인이 집권했을 때를 감안해서 운신(運身) 폭을 넓힐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안 지사는 "외교·안보 정책은 여론 형성과 공론화라는 민주주의 일반적 과정으로 소화하기 어렵다"며 "국가 지도자들이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지사는 "대통령은 의회의 비준 동의권을 폭넓게 해석해 의회 지도자들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며 "행정부의 합법적 권한 행사라고 고집한다면 국가는 분열되고 국력은 쇠잔할 것"이라고 했다. 안 지사 역시 사드에 부정적이라는 인상은 주면서도 '반대'라는 표현은 피했다.

더민주의 차기 대선 주자들이 우회적으로 반대 주장을 밝혔다면 재야파가 모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계열 의원들은 사드 반대와 국회 청문회 개최 등 반대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설훈·우원식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3명은 성명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위협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평련 의장인 설훈 의원은 "더민주의 대다수 의원이 '사드 배치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밝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인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김종인 대표는 이날도 신중론을 유지했다. 문 전 대표의 사드 배치 재검토 주장에 대해서는 "재검토하라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고도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 발언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느냐"고 했고, 당내에서 논쟁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선 "두고 봐야지"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구속력이 있어야 말이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이미 장소까지 다 정해졌는데 방법이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 차원에서 결정된 이번 결정을 되돌릴 방법이 없을뿐더러 사드 배치 철회를 공언할 경우 집권 이후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사드 문제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원내 기구를 설치해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우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당 대책 기구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강경파와 온건파를 골고루 배치하겠다"며 "사드 배치 결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정부의 결정 자체를 뒤집을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