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이틀째 칩거..측근 "혼자서 인수위 구상"
[한겨레] 22일 트위터 성탄메시지만 띄워
MB는 당선 다음날 발빠른 행보
"박, 꼼꼼히 하다보니 시간 걸린다"
박근혜 당선인은 주말인 22~23일 공식적인 외부 일정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22일 저녁에 트위터에 "성탄절을 맞이해 나눔과 사랑의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성탄 메시지를 띄운 게 전부였다. 측근들은 "휴식도 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과 향후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수위 조직이나 인선, 출범 시기 등에 관해서는 대부분 "당선인만이 안다"며 입을 다물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다음날 인수위 구성 원칙을 밝히고, 그 다음날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청와대 주변 안가로 거처를 옮기고, 인수위 사무실을 삼청동 금융연수원 건물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당선인의 느린 템포는, 보안을 중요시하면서 모든 주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 핵심 측근은 "인수위 구상은 당선인이 혼자 하고 있다. 늘 그랬듯 인사 문제는 필요할 경우 자문만 구할 뿐, 마지막까지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모든 공약을 자신이 직접 '오케이' 해야만 발표할 수 있도록 한 탓에 공약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처럼, 인수위 역시 혼자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엔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등에게서 인수위 안을 각각 보고받은 뒤, 이를 취합해 최종 결정을 내렸었다.
5년 전에 비하면, 판세가 대혼전이었기 때문에 선거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했고, 그 바람에 인수위를 미리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선 최경환 의원이 대선 전부터 인수위 구성 작업을 해왔다는 풍문이 나돌지만, 최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하는 나는 정말 힘들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박 당선인이 '통합'과 '대탕평'을 강조하고 있기에 그에 걸맞은 인사를 찾아내고, 자리를 맡아달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중앙선대위를 꾸릴 때도 안대희 전 대법관, 한광옥 전 의원 등을 영입하는 데 긴 시간 공을 들인 바 있다. 당 안에선,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너무 요란하게 서두르다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나온다.
모든 관심이 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쏠린 상황에서, 그가 자택에 칩거한 채 다음 정권의 밑그림이 될 인수위의 구성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과도한 '보안 강조'는 '비선 라인이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의구심을 낳을 수도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 "박 당선인의 독특함이 바로 그런 점이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박 당선인이 며칠 동안 인수위 구성에 전념한 만큼 이르면 24일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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