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수도권 연대, 安 "죽어도 좋다" 千 "논의 필요" 엇박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the300]안철수 대표, 기자회견 갖고 김종인 제안 쐐기·내부 단속했지만 천정배 대표는 여지 열어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6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에 이은 선거 연대 제의까지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의당은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다"며 "모두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다"며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 담합체제를 깨고 3당 경쟁체제를 만드려고 나온 정당"이라고 밝혔다.
최원식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서 "수도권 연대가 없다고 못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고 정치의 새로운 판을 짜는 선거로 규정하고 당 대 당 통합을 포함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수도권 후보 연대 가능성까지 일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까지 열어 독자노선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을 두고 김 대표와 더민주의 거듭된 통합·연대 공론화 시도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특히 "지난 대선에서 (제가 후보 단일화를 결단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문 후보와 함께하는 동안 김 대표는 박근혜 후보와 함께하면서 문재인과 민주당에 정권을 맡기면 안 된다고 한 분"이라며 "누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있냐"고 말했다.
또 평소 쓰는 부드러운 화법 대신 강도 높은 표현을 꺼내든 것은 최근 대선후보 지지도가 흔들리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실상 김 대표에게 잇따라 선거 이슈를 뺏긴 상황에서 통합·연대 제안에 응할 경우 신당 창당 명분이 희석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위상도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얘기다. 회견문 중간 "죽기를 각오하면 살 수 있다"는 언급에서도 비상한 각오가 읽힌다.
내부적으로는 입단속 효과도 깔려있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통합 불가를 결정한 뒤로도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중진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안 의원은 "(더민주가) 제안 이틀 전에 우리당 천정배 공동대표를 떨어뜨리려고 영입인사를 자객공천해놓고 통합을 말할 수 있냐"며 "한 손에 칼을 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은 협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우리당에 와 있는 분들도 컷오프 명단으로 발표하겠다고 무례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며 "국민의당 의원들을 모욕하면서 합치자,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 아니라 정치공작"라고 지적했다. 연대 제의에 담긴 '정략적 의도'를 부각해 당내 이견이 더 불거지기 전에 조기수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두고 다시 한 번 엇박자를 드러냈다. 천정배 대표는 안 대표의 기자회견과 비슷한 시각 광주 서구을 예비후보 면접에 참석해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은 기각됐지만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한다는 국민의당의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수도권 지지율은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천 대표는 "국민회의 대표로 당을 이끌다가 국민의당과 통합할 때 발표문 본문에 양당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통합키로 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도 말했다. 수도권 연대론까지 거부하는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통합 불가로 의견이 모이자 주위 만류에도 자리를 뜨며 불만을 내비쳤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자회견문 내용은 안 대표가 혼자 작성한 뒤 회견 직전 공개했다"며 "최고위원들도 발표 직전에야 내용을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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