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뜻" 내세워 내놓고 협박..최경환까지 공천전횡 드러나
[한겨레] 최경환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 없잖아”
윤상현 “대통령 뜻 얘기해준 것 아니냐”
김성회 “너무 심한 겁박 아니냐”
최 “싸울 필요 없으니 옮기면 좋지 않겠냐는 권유였다” 해명
18일 공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녹취록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공천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새누리당 친박 핵심들의 오만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윤 두 의원은 상대방을 겁박하고, 모멸감을 주면서 공천권을 손에 쥔 듯 행동했다. “평의원 신분이라 공천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던 두 의원의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윤 의원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을 무시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최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면서 “사람이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 자꾸 (서청원 의원과) 붙을라고 하고 음해하면 ○○○도 가만히 못 있지”라고 핀잔을 줬다. 그는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냐”는 말도 했다. 윤 의원 역시 김 전 의원을 향해 “까불면 안 된다니까. 내가 형에 대해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며 상대의 약점을 자극하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너무 심한 겁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두 의원은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행태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라는 것이) 브이아이피(VIP·대통령)의 뜻이 확실하냐’는 예비 후보자의 물음에 “그럼, 그럼”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도 “뒤에 대통령이 있다니까. 대통령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서) 가야 한다니까”, “대통령의 뜻을 이야기해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최측근들의 전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윤 두 의원에게 당의 공식 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최 의원은 지역구를 옮기면 공천을 보장해주겠느냐는 물음에 “옆(지역구)에 보내려고 하는 건 우리가 그렇게 도와주겠다는 것이고. 그건 ○○○도 보장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자신들이 임의로 공천 신청지역을 옮겨 줄 수 있다고 암시했다. 윤 의원 역시 “○○지역은 당연히 보장하지”라고 했다. 공천 당시 “친박계가 공천을 좌우하고 경선 지역도 편의에 따라 정한다”는 이야기가 뜬소문이 아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윤 의원은 ‘친박’이면 무조건 당선될 것이란 오만한 인식도 보여줬다. 그는 “‘경선을 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당신을 후보로)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고 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몇몇 사람이 당의 공천 시스템을 완전히 형해화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먼저 전화로 1차 회유를 하고 곧이어 최경환 의원이 확약을 하는 ‘공조’ 체계도 보여줬다.
최 의원은 지난 6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총선 기간 동안 공관위 구성과 공천 절차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었던 평의원 신분이었다. 마치 제가 공천을 다 한 것처럼 매도당할 때에는 억울함을 풀어볼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이날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우리끼리 같은 지역구에서 싸울 필요 있느냐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거다. 화성병이라는 지역구가 생겼으니 거기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권유였다”고 해명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나온 총선 패배 백서가 친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하자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더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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