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대이은 국정농단 의혹'..'조순제' 녹취록 단독 입수

손서영 2016. 10. 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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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파문, ○○○ 복수전?

최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순실 파문'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건 권력에서 배척당한 인물의 폭로 때문이라며 '제2의 조순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폭로의 배후가 누구인와 함께 정 전 의원이 언급한 '조순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순제 씨는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 전 의원은 왜 조순제 씨를 언급했을까요? 확인 결과 조 씨는 이미 최태민(최순실 씨 아버지) 일가의 전횡을 폭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조순제는 ‘최태민 의붓아들’, 즉 ‘최순실 오빠’

국가안전기획부가 정리한 최태민 가계도


최태민 일가는 사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주의 대상이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최 씨 일가의 재산 내역과 개인 신상까지 따로 정리해 둘 정도였습니다.

가계도를 보면 최태민 씨는 3남 6녀를 둔 것으로 돼 있는데 최순실 씨와 어머니는 같고 아버지는 다른 조순제 씨가 눈에 띕니다. 조 씨는 최 씨의 어머니가 데리고 온 자식이었습니다. 조순제 씨는 최태민 씨의 친아들이 아니었지만, 상당히 총애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조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씨가 함께 몸담았던 구국봉사단부터, 육영재단이나 영남대학교 등에서 중책을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조순제 씨가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최태민 씨가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최순실 씨를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영남대 비리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비리 사건 당시 영남대 이사장은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영남대 이사였던 조 씨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격분한 조 씨는 한나라당에 진정서를 제출합니다. 최 씨 일가의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이 담긴 8시간 분량의 대화를 녹취록으로 남겼습니다. KBS 취재진이 입수한 그 녹취록 내용을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최태민-최순실, 어떻게 부자가 됐나?

조순제 녹취록 캡처


최태민 일가의 재산 축적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조 씨는 최 씨가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산이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록을 보면 누군가 "최순득, 최순실, 최순천(최태민 일가 자녀)이 처음에 대한구국선교단에서 아버지랑 친모와 생활할 때 생활이 어느 정도였는지"라고 질문합니다.

이에 조 씨는 "아주 어려웠다"며 "극한적으로 표현해 생활 자체가 어려웠다"고 대답합니다. '먹고 살기' 자체가 어려웠다며 재산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수천억 원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최 씨 일가가 어떻게 재산을 모으게 됐는지 다시 한 번 궁금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최순실은 어떤 관계?


조순제 씨는 녹취록에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처음부터 서로 마음을 터놓았던 사이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4살 터울의 나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이야기 상대가 된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이후라며 언니와 동생과 관계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는 묘한 부분이 있다고 증언합니다.

실제로 이후 최순실 씨는 아버지 최태민 씨가 해왔던 역할을 대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이후 육영재단과 박정희-육영수 추모 사업회에서도 최 씨 부녀가 핵심 역할을 도맡게 되는데요. 우려가 커지자 박근령, 박지만 두 동생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쓰기에 이릅니다.

“언니를 구해주세요”…눈물의 탄원서도 무용지물

박근령-박지만 탄원서


박근혜 대통령의 두 동생 박근령, 박지만 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보낸 호소문입니다. 박근령 씨가 자필로 한 자, 한 자 쓴 것으로 알려진 이 탄원서에서 남매는 전체 12장 가운데 5장을 최태민 씨 등 최 씨 일가의 전횡에 대한 고발로 채웠습니다.

주요 내용은 최태민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해 자신의 방패로 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형제들을 이간질하고 한자리에서 만날 수조차 없게 차단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이산가족이라고 읍소합니다.

육영재단 등을 통해 최 씨 일가가 전횡을 일삼은 내용도 기재돼 있는데요. '최 씨가 측근과 친인척을 침투시키며 재단이 개인소유물이 됐다', '사업회의 운영진이나 이사진을 임의로 교체하고 불법 행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고발합니다. 이를 토대로 최 씨 일가가 서울 강남 등 전국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써 있는데요, 소문은 사실이 됐습니다.




두 동생은 계속해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최 씨 일가를 단절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1990년 11월 29일에는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숭모회 회원들과 삼성동 자택을 기습 점거. 전화선까지 끊고 박 대통령을 모처로 옮겨 함께 살고자 모의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개입하며 실패합니다.

조 씨는 녹취록에서 이런 형제들의 노력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동생들이 최 씨 일가의 밀착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수차례 항의를 했는데 "건방지다"며 오히려 관계만 멀어졌다는 겁니다.

예고된 ‘대이은 국정농단 의혹’

조순제 녹취록 캡처


유년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내고 일찍이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도맡다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여동생 박근령 씨는 수행비서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운전을 하고 때로는 공과금 납부 같은 일도 맡으며 언니를 보좌했다는 건데요. 박근령 씨가 결혼한 뒤빈자리를 대신한 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 씨였습니다.

최순실 씨의 의붓형제 조순제 씨도 한동안 박 대통령의 가까이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실제로 조 씨는 박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영남대학교와 한국문화재단에서 요직을 맡았습니다. 조 씨는 박 대통령이 업무에 상당 부분을 자신과 의논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발언을 보면 지금의 상황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어떻게 묻고 대답할지 물어왔다고"

"업무에 대한 것도 쏙닥거리고 하면 한자 한 획도 없이 그대로 돼버리는 거야"

이제는 고인이 된 조순제 씨의 녹취록이 작성된 시점은 2007년 가을.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또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국민들을 분노케 한 최 씨 일가의 대이은 국정 농단 의혹은 이미 세상을 떠난 조 씨의 녹취록에서 보듯 이미 수차례 예고됐었는지 모릅니다.

손서영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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