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정치] 25% 대통령 지지율, 30%는 콘크리트가 아니었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5%로 추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0월 21일 발표한 10월 셋째주 정례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해 25%에 이르렀다. 고작 4명 중 1명만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는 64%였다. ‘잘하고 있다’고 보는 응답자보다 두 배 반을 넘어섰다.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때 3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최근의 사정은 달라졌다. 9월 들어 경주 지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가결, 새누리당 국감 불참 선언, 최순실·K스포츠·미르재단 의혹,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단식, 고 백남기 사인 논란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을 아래로 뚫었다.
1년차 때(2013년) 대통령 지지율은 60%에 이르렀다. 2년차인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0∼50%대를 유지했다. 이후 십상시 논란,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확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위안부 협상 타결, 고 백남기 물대포 사고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30%대를 근근이 버텼지만 최순실·K스포츠·미르재단 의혹이 콘크리트 지지율마저 무너뜨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뚫고 내려갔다는 것은 심각한 위험신호”라고 해석했다. 엄 대표는 “흔히 30%대를 콘크리트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콘크리트가 아니고 공고해 보였을 뿐”이라면서 “30%대가 박 대통령만의 지지층이 아니라 핵심 보수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국정운영에 실망해 반기를 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지지율은 참혹하다. ‘잘하고 있다’가 35%에 불과하다. ‘잘못하고 있다’가 55%다. TK에서조차 최근의 최순실씨 의혹으로 등을 돌린 듯하다. 부산·경남(PK)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32%에 불과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소통 미흡’이 17%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경제정책으로 12%, 인사 잘못이 8%,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음이 7%, 독선이 7%로 나타났다.
그나마 청와대가 위안으로 삼을 만한 거리는 전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성적이다. 대부분의 전임 대통령이 집권 4년차일 때 성적이 나빴다. 30%대가 가장 높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마지막해에는 다소 회복했지만 4년차 때 10%대까지 내려갔다. 김영삼 대통령은 5년차 때 6%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정당 지지도의 구도를 바꿔놓았다. 새누리당이 29%의 지지도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와 같아졌다. 민주당은 10월 2주 때 26%였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으로 3%포인트 증가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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