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열흘간 단식한 진짜 이유 [더(The)친절한 기자들]

김지은 2016. 6.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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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더(The) 친절한 기자들]
이재명 성남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단식농성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이날로 9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성남시장은 왜 지난 열흘 간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단식을 했던 것일까요?

이 시장은 17일 오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문한 뒤 단식을 풀고 입원했습니다. 이 시장은 “이제 당에서 책임지고 이 문제(지방재정 개편)를 해결할테니 당을 믿고 단식을 중단해 달라”는 김 대표의 설득에 농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야당 의원들은 이 시장의 농성장을 방문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반면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시장의 단식은 끝났지만 아직 이 시장이 제기했던 문제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겨레>가 시장의 단식과 정부의 무대응 그리고 논란의 핵심인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단식을 푼 이 시장이 병원에 입원한 관계로 기사는 이 시장의 지난 발언과 17일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1. 이 시장은 왜 단식을 했나?

이 시장은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 폐지’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택한 것에 대해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여러차례 (정부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가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데,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릴 방법은 직접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방법뿐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단식을 했던 이유를 보겠습니다. 이 시장 쪽은 `풀뿌리 민주주의’ 즉 “지방자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지방자치를 하려면 시민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데, 지자체가 재정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지자체 운영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개편안은 “지자체의 재정자치권을 빼앗아 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시장 쪽은 결국 “지자체는 더욱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되고 사실상 정부 통제 하에 묶어두는 효과를 낳아 지자체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 대체 지방재정 개편안이 뭐길래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은 대체 무엇일까요?

행정자치부는 지난 4월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재정 형평성 및 건전성 강화 방안’(지방재정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시·군 자치단체의 `조정교부금’의 배분 방식을 변경하고 `법인지방소득세’를 공동세로 전환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조정교부금의 개념은 조금 있다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취지부터 보면,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재정 여건이 좋아 정부 보조금(지방교부세)을 받지 않아도 살림살이가 가능한 소위 `부자’ 자치단체(불교부단체)의 몫을 줄이고 `가난한’ 자치단체에 나눠줘 지자체간 재정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성남시를 비롯한 수원·과천·용인·화성·고양시가 재정 수요보다 세수입이 나아 정부가 말하는 `부자’ 자치단체에 해당합니다. 이는 자체 재원으로 간섭없이 지자체 고유의 사업을 펼칠 형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아 겨우 살림을 꾸려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이 6개 시는 바로 재정뿐 아니라 지자체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시별로 최대 연 2700억원, 모두 5000억원의 예산이 줄게 된다는 게 이 시장 쪽 설명입니다. 이 시장은 “시민을 위한 실험적인 정책들을 추진해온 일부 자치단체를 손보려는 보복성 정책”이라고 지적합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조정교부금이란 광역자치단체가 시·군에서 걷은 일반 도세(취득세·등록면허세·레저세 등) 중 일부를 다시 조례로 정한 배분방식에 따라 시·군에 나눠주는 것인데, 행자부는 현재 배분방식이 “재정여건이 좋은 지자체에 더 많이 배분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배분방식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조정교부금은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추진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법인지방소득세는 국회에서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인 현 상황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문제는 아닙니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 그럼 지자체간 밥그릇 싸움인가?

일부에서는 이 시장의 단식을 두고 ‘부자’ 지자체의 이기적인 ‘밥그릇 지키기’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했습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좀 넉넉한 지자체가 나눠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성남시 등 6개 시가 진짜 부자 시인지부터 따져보겠습니다. 행자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을 보면, 2015년 기준 전국 시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5.9%입니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의 전체 재원에 견줘 지자체가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을 통해 스스로 조달한 재원의 비율을 말합니다. 6개 시의 재정자립도는 낮게는 48.7%에서 높게는 61.5%로,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입니다. 다만 6개 시도 절반 가까이 되는 재원을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국가보조금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6개 시는 지방교부세는 받지 않지만 국가보조금 등 지원을 보태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32조원의 교부세와 43조원의 보조금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열악한 지자체 재정) 문제를 (6개 시) 자치단체의 쌈짓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지자체 재정 확보 방안이 절실한데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성남시는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성남시민 세금 중 55%를 경기도에서 다른 시군 지원에 쓰고, 나머지 45%를 성남시가 쓰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45%중 20%를 더 가져가고 성남시는 25%만 쓰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연 1000억원의 세입이 줄게 되면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일자리·복지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

4. ‘무대응’ 정부가 개편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지방재정 개편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홍 장관은 개편안 추진 이유에 대해 “잘못된 특례를 바로잡아 부유한 지자체에 쏠린 돈을 가난한 지자체에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취지”라며 “농성까지 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측은함까지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광화문광장에 가서 대화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방재정개혁을 오해하는 경기 6개 지자체단체장들과 끝장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역시 당시 진행 중이던 이 시장의 천막농성장을 “찾아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지방재정 배분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 시장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의 문제제기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5. 단식을 마무리한 이 시장과 6개 시의 요구는?

이 시장은 “정부가 지자체들에 교육비(누리과정 무상교육)니 기초연금제니를 떠넘기고 약속한 4조7000억원을 (주지 않고) 빼앗았다”고 주장합니다. 2014년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에서 지방소비세율 상향조정 등을 통해 약 4조7000억원의 지방재정 보전방안을 제시한 것을 가리켜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보전방안은 같은해 12월 정부가 공식 발표한 계획에서는 빠지게 됩니다. 이 시장 쪽은 정부가 애초에 밝혔던 것처럼 지방재정 보전방안을 실행하지 않고 6개 시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로 돼 있는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시장은 17일 김 차관이 제안한 ‘끝장토론’ 제의를 받아들이며 공중파 생방송 1대1 맞장토론을 역제안했습니다. 국민 앞에서 둘의 맞장토론이 진행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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