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경북 구미에 가면 '특별한 것'이 있다

임태우 기자 2016. 6. 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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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에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남다른 애정입니다.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감안해도 유별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구미시청 홈페이지를 보면 ‘열린시장실’ 이란 코너가 있습니다. ‘명품도시 구미를 만들겠다’라는 구호를 내건 남유진 구미시장이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공간입니다. 2006년부터 10년째 그가 구미시장직을 3번 연임하는 동안의 행적을 담은 사진첩을 살펴보겠습니다.

검색어로 ‘박정희’를 입력해 보니 관련 기념행사 사진이 줄지어 올라옵니다. 남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생일을 기념하는 ‘탄신제’부터 생가 주변 곶감 따기 행사까지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벌여왔습니다. 

● 끝 없는 기념사업 '네버엔딩 스토리'

경북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고향입니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 일대의 도로명 주소를 ‘박정희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생가 주소는 ‘경북 구미시 상모동 171’에서 ‘구미시 박정희로 107’로 바뀌었죠. 생가 주변에는 추모관과 동상이 들어서 있습니다. 여기까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미시의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의 종류나 예산 규모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순으로 살펴볼까요?

2006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86억 원을 들여서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2009년부터는 해마다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날(11월 14일)과 숨진 날(10월 26일)을 기념해서 ‘탄신제’와 ‘추모제’를 열고 있습니다. 구미시가 지난해까지 7년간 탄신제와 추모제에 쓴 돈은 5억 3천만 원 가량입니다.

2012년 3월에는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58억 5천만 원)을 세웠고, 2013년 10월부터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870억 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억 원을 따로 들여 2018년 완공을 목표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4년 6월에는 박 전 대통령이 즐기던 식단을 보급하겠다며 ‘박정희 대통령 테마밥상 발굴·보급 사업’(5,400만 원)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인 2015년에는 감이 열리는 시기에 박정희 생가에서 ‘박정희 생가 감 따기 및 곶감 만들기 행사’를 벌였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박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다녔던 등굣길을 기념하는 걷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일명 ‘박정희 소나무’에 막걸리 98리터를 붓는 행사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박정희 소나무란, 박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소를 끌고 와 풀을 뜯게 하고 밑에서 책을 읽었다는 나무를 말합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100주년 행사에는?

내년은 박정희 기념사업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구미시는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미 4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박정희 대통령 제100회 탄신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00주년을 기념한 기념우표와 메달을 만들고, 휘호와 탁본집도 발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의 기념우표와 메달 사업 예산으로 경상북도의 일부 지원을 받아 총 2억 원을 조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쓴 글씨와 그림 등을 모아 휘호와 탁본집을 내는 데는 1억 원을 들어갈 계획입니다.

100주년 기념사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까지 제작할 예정입니다. 조우석 씨가 쓴 <박정희, 한국의 탄생>이라는 책을 각색한 뮤지컬에는 제작비 20억 원과 공연비 8억 원 등 2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구미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구미시 측은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도 태어난 지역에서 추모행사 등을 하는 것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너무 이념적으로 볼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 발전시킨 구미의 지역적 특성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검소하게 치르자"…누구를 위한 기념사업인가?

그렇다면 구미시민은 기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경북 구미 YMCA가 지난달 27일 구미지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뮤지컬 제작 28억 원 등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해 ‘과하다’는 답변이 76.8%에 달했습니다. 또 8,000여만 원이 드는 탄신제와 추모제에 대해서도 ‘검소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응답이 52.4%로 과반을 넘었습니다. 

응답자의 70.9%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탄신제’라는 명칭에 대해 절반이 넘는 59.3%가 ‘적절하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구미 YMCA 측은 이러한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박정희 기념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미 YMCA 관계자는 “시민의 삶은 외면한 채 과도한 예산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기자 / 그래픽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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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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