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원개발 '밑빠진 독 물 붓기'

2016. 3.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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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5년간 10조원 손실… 앞으로가 더 문제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직전인 2008년 2월 14일. 당선자 신분으로 이 전 대통령은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방한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악수했다. 직후 한국석유공사 등이 쿠르드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유전개발 사업에 나섰다. 언론들은 “10억 배럴 이상 원유 확보!”라며 당선자의 공에 찬사를 보냈다. ‘이명박표 자원외교 1호’로 치장됐다. <경향신문>(2008년 2월 15일자 보도)을 비롯한 극히 일부 언론만 장밋빛 구상의 위험을 비판했을 뿐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결과, 쿠르드 유전사업은 전체 5개 광구 가운데 3개가 탐사 실패 또는 광권 만료로 철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구 탐사비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비 총 13억1380만 달러를 날릴 처지가 됐다.

이는 ‘자원외교’로 포장된 정책 실패의 첫걸음에 불과했다.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5년(2011~15년) 동안에만 10조원어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인천 부평을)이 3월 8일 밝힌 분석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5년간 7조9000억원 손실을 입었다. 2011년 1528억원, 2012년 9040억원, 2014년 1조6000억원으로 늘던 손실이 지난해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홍 의원은 “MB정부의 잘못된 투자와 대규모 손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던 박근혜 정부의 관리 잘못으로 손실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광물자원공사도 5년간 2조3000억원 손실을 냈다. 2012년에는 211억원 손실에서 2014년 2634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조원을 넘었다. 그마나 이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회계장부에 기록된 손실만 가리킨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드러날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홍 의원은 우려했다.

서문규 석유공사 사장이 2015넌 2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상조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왼쪽)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이튿날 국정조사특위에서 물을 들이키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언론 2008년 “10억배럴 원유 확보” 찬사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재무제표상 2조2188억원을 건설 중인 자산으로 잡고 있다. 홍 의원은 “이는 계속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 사업으로,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석유공사는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르기 전에는 영업손실, 이자비용, 세금 등 비용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 연간 수조원대의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외에서 사들인 자회사들의 뻥튀기됐던 자산도 급감했다. 그러나 공기업들은 손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성공한 투자로 홍보했었던 영국 다나는 유가 수준이 현재보다 높았던 2015년 1월 이미 지급불능(default) 위기가 발생했다. 지난해 3000억원의 구제자금 지원을 석유공사 이사회가 의결한 바 있다. 지난해 국정조사 당시 38억8600만 달러라고 보고했던 다나의 순현재가치(NPV)는 22억6400만 달러로 16억 달러나 줄었다. 홍 의원은 “4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하베스트, 3조5000억원으로 인수한 다나 등은 이미 깡통 상태여서 박근혜 정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 혈세를 계속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는 2011년 35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다나를 인수했다. 이듬해 평가한 다나의 석유 매장량은 2억1700만 배럴이었다. 그러나 2014년 재평가한 매장량이 1억3100만 배럴로 크게 줄었다. 2014년 대규모 손상차손과 영업권 가치 하락, 영업손실 등이 발생하며 총 1조2000억원 순손실을 입었다.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는 매장량 감소, 주식가치 하락분 등을 감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외자원개발 부실을 덮어 왔다고 지적받았다. 한편 민간기업은 354조8000억원을 투자해 73.0%(258조9000억원)를 회수한 반면 공기업은 35조8337억원을 투자해 32.1%(11조4000억원)만을 회수해 대조됐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과분석’을 통해 3대 자원 공기업인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의 해외사업 10여개를 우선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개 공사는 현재까지 총 169개 35조8000억원을 투입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 2014년 말 기준으로 70개 사업은 탐사 실패, 개발계획 무산, 자산 매각 등의 이유로 종료됐고 99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규모가 큰 사업 59개의 전략가치와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약 17%에 해당하는 10여개 사업이 우선매각 검토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감사원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매각 대상 사업이 21개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21개 사업에는 10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앞으로 추가로 14조5000억원이 들어가야 한다. 3개 공사가 향후 5년 동안 24조5000억원을 투자해야 하며, 7조9000억원을 빌려야 할 것으로 감사원은 추산했다. 감사원은 “본래 목적인 자원 확보는 미미한 채 투자비 회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미달하고, 앞으로도 추가 투자비 상당액을 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결국은 국민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의존하는 산업구조 바꿔야

이명박 정부가 ‘자원 자주개발률’ 같은 양적 확대를 지표로 강조하면서 치적 드러내기에 급급하느라 경제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게 화근으로 꼽혔다. 해외광구 개발업체에 단순히 지분을 투자한 것인데도 산업부가 자주개발률에 산정해주면서 혈세가 낭비됐다. 2011∼2013년 35조4000억원 규모의 22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도 실시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조원어치 이상 매각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2018년까지 4000억원, 광물공사는 해외 6564억원(국내 포함 6781억원) 규모를 각각 매각키로 3월 4일 발표했다. 주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이 시기·액수 등 매각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공기업은 상당수 해외인력·사무소도 철수키로 했다. 석유공사는 2018년까지 해외사무소 7개 중 5개(미국·캐나다·영국·아부다비·이라크)를 폐쇄하고 베트남·카자흐스탄만 유지할 예정이다. 또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2020년까지 인원 약 30%(1258명)를 감축할 계획이다. 광물공사는 2017년까지 조직규모를 22% 축소키로 했다. 해외사무소도 11곳 중 8개를 폐쇄하고 3개(중국·캐나다·남아공)만 남긴다.

공기업은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특수성이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따른 책임이 직원 인력 감축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은 책임지지 않고 공기업 직원에게 떠넘기는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승대 광물자원공사 노조위원장은 “해외자원개발 때 무리한 사업 추진을 종용한 산업부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산하 공기업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복지비와 경비 예산 축소는 마땅히 받아들이지만 직원의 희생은 안 된다”고 반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하베스트 등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5500여억원의 손실을 끼쳐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됐으나,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하베스트 부실 인수 과정에 부당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지난해 책임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석유공사가 해외 자산을 국민연금에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들이 나온다. 석유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해외광구 중에 수익성 있는 핵심자산을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에 매각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는 그나마 돈 되는 광구 등을 해외에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이명박식 자원개발은 주먹구구식으로 달려든 방식 못지않게 시점도 문제다. 국제유가가 높을 때 비싸게 마구 샀다가 적자가 불어나고 최근 유가가 떨어지자 우량자산까지 내파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는 식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이나 중국에서 보듯 주요국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릴 동안 이명박 정부는 헛짓을 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자원개발에 실패해 부실이 커진 것보다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는 게 문제다. 박근혜 정부 또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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