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수요집회서 '울분'.."외교부 멱살잡고 싶었다"

김종훈 기자 2015. 12. 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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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할머니들에 사전공지 못한 이유로 "공휴일이라"..정대협 "세계 각지에 평화비 건립할 것"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외교부 할머니들에 사전공지 못한 이유로 "공휴일이라"…정대협 "세계 각지에 평화비 건립할 것"]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211차 수요집회'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하던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뉴스1

"어제 외교부 차관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우리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어요. 일본의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거에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는 30일 오후 전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처음으로 열린 수요시위에서 이 할머니는 이날 길원옥(87) 할머니와 함께 합의안에 대해 눈물로 울분을 토했다.

◇이용수 할머니 "외교부, 위안부 문제 타결 사전공지 없어…공휴일 핑계"=이 할머니는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묻는 전화가 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위안부를 만든 일본은 아직도 그 죄를 모르고 있는데, 그냥 둬서 되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조선의 딸로서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위안부를 가야했냐"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서럽다"고 거듭 울분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한일외무장관 회담에 대해 외교부로부터 사전에 아무것도 공지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이런 협상이 있다는 걸 우리에게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도 외교부는 '공휴일이라 얘기를 못했다'고 한다"며 "우리 정부는 우리를 돕기는커녕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 하늘에 가신 분들을 포함해 238명의 피해자 모두를 위해서 지금부터 끝까지 싸우겠다"며 "우리 후손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생겨레하나,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한일협상 폐기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ㆍ일 양국은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합의했으나, 일본측에서 소녀상 이전 등이 합의안에 포함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사진=뉴스1

◇'소녀상 작가' 김운상 조각가 "일본, 사과한다면 소녀상 불편할 것 없어"=이날 현장에는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 일본, 그리고 이전 문제를 '관련단체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우리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상 작가는 사전집회에 참여해 "일본 정부가 진실되게 사죄하고 소녀상을 보호한다면 불편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며 "일본이 도쿄정부청사 앞에도 소녀상을 세우고 사죄하는 순간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이 동상은 단순한 우리의 동상이 아니다"라며 "소녀상에 표현된 비참한 비극을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신고하려고 하는데 일본은 이마저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은 사과는커녕 돈으로 피해자들을 능욕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민족과 민족정신을 능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정대협 "범세계적 평화비 설치 활동 개시"=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이날 1000여명(경찰추산 700명)의 집회 참가자와 함께 올해 세상을 떠난 황선순(89)·이효순(90)·김외한(81)·김달선(90)·김연희(83)·최금선(90)·박유년(93)·최갑순(96) 할머니 등 9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정대협은 "올해 9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끝내 문제해결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며 "이제 우리 곁에는 46명의 할머니들만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대협은 한·일 양국 정부를 향해 △합의안을 즉각 취소하고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여 문제를 해결할 것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뜻을 담아 국가적,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를 이행할 것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뜻을 저버린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촉구했다.

정대협은 이같은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범세계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를 통해 인권이 유린되는 아픔이 없어지도록 세계 각지에 평화비를 건립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어제 결정했다"며 "전문가, 법률가, 정치가,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정기수요집회를 전국적인 릴레이 집회로 확산시키는 한편 24주년을 맞는 다음달 6일 많은 평화시민단체와 함께하기로 했다"며 "피해자 할머니 46분이 살아계실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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