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前 '여의도 지하벙커'엔 누가 있었을까

최희명 기자 2015. 10. 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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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피공간 추정.. 2005년 공사 도중 발견 'VIP실' 등 새단장 후 내년 10월 시민에 개방

1970년대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의 비상 대피 공간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비밀 지하 벙커'가 40여 년 만인 내년 10월 1일 일반에 개방된다. 서울시는 2005년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 환승 센터 건립 공사 도중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에서 발견됐던 793㎡(240여 평) 규모의 지하 벙커를 단장해 1년 뒤 시민에게 공개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여의도 버스 환승 센터 2번 승강장 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통해 지하 벙커로 내려가면 양쪽으로 방 2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계단 오른편엔 소파와 샤워실·화장실 등을 갖춘 약 66㎡(20여 평) 크기의 작은 방이 있다. 대통령 등이 사용한 'VIP실'로 추정된다. 반대쪽엔 기계실과 화장실 등이 있는 595㎡(180여 평) 규모의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이 방 양쪽에는 철문으로 막혀 있는 옛 출입문 2개의 자리가 있는데, 각각 인근의 IFC몰과 신한금융투자 건물 쪽으로 연결된다. 지난 3월 현장 조사 당시 지하 공간 전체가 30㎝가량 침수돼 있어 시는 배수 시설을 보강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이 벙커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벙커의 위치가 1970년대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던 옛 5·16 광장의 사열대 아래인 점에 비춰 비상시 대통령 대피 공간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과거 항공사진 속 벙커 출입구의 흔적을 분석한 결과 1976년 말~1977년 초쯤 벙커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시는 밝혔다.

벙커는 올해 말부터 총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계 및 리모델링 공사를 거친 후 내년 10월 1일 정식 개방된다. 'VIP실'은 여의도의 역사를 담은 작품을 전시하는 역사갤러리로, 넓은 방은 지하 어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막혀 있는 옛 출입구를 뚫어 인근 보도로 연결한 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시는 다음 달 1일까지 매주 주말 한정된 인원의 신청을 받아 벙커를 시범 공개하고, 벙커 명칭과 활용 방안 등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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