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뇌물먹은 前 해참총장의 핑계 "적이 많아서.."

한정수 기자 2015. 8. 1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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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방산비리는 그 특성상 폐해가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위험을 안게 하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는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해군 함정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방산업체 STX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2일. 재판장인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4억원을 선고하고 부적절하게 받은 4억45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이같은 선고 결과에 일각에서는 다소 과한 판결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검찰 측이 정 전 총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 전 총장이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수십년간 봉사해온 사정을 참작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의 재판 과정을 조금이라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같은 주장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재판부가 밝혔듯 정 전 총장은 재판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뇌물에 대한 대가성을 부인했다. 또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속속 나오자 "원래 참모총장 위치에 오르면 적이 많아진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해군의 함정 사업을 총괄할 당시 국제관함식 행사를 주최하면서 STX로부터 후원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STX그룹이 이를 거절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 전 총장은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돈을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총장은 결국 7억7000만원을 받았고 STX그룹은 차기 호위함 방산업체로 지정돼 다양한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각종 증거들을 종합해 정 전 총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런데도 정 전 총장은 뻔뻔하게 혐의를 부인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해군의 수장이었던 정 전 총장의 범행으로 해군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얼마나 커졌을지는 섣불리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정 전 총장이 이제라도 진지하게 반성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한 군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마땅히 보여야 할 태도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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